지난여름에 7호선에서 만난 할아버지
지난여름 우연히 플러싱 지하철 로컬 7호선에서 내 옆에 앉은 할아버지랑 이야기를 했다. 평범한 뉴요커처럼 보이는 할아버지는 마켓 광고를 열심히 보고 계셨다. 할아버지가 세일하는 품목을 자세히 보니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광고를 보고 더 저렴한 물건을 고르는 백인 할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나중 알고 보니 비즈니스를 하는 분이셨다. 40년 전에 뉴욕에 이민 와서 접시닦이도 하고 별별 직업 다 하다 지금은 뉴욕시 5곳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니 성공한 분이야.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 속담도 생각나게 한다.
그리스도 군생활이 의무제라 2년 동안 군 생활하면서 찍은 할아버지 사진도 보여주었다. 할아버지는 그리스에서 받은 전기공사 기사 자격증과 포클레인 기사 자격증 등 3개의 자격증이 있다고. 브라질에 가서 2년 동안 전기공사 일을 하다 그리스로 돌아가 그 후 뉴욕에 이민을 왔다고 하셨다.
브라질이 무척 아름다운 도시라고 강조하면서 뉴욕에 이민을 와서 직업을 구하기 어려우니 닥치는 대로 아무 일이나 하면서 돈을 벌었다고 하셨다. 그리스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스토리아에 마켓도 있는데 5명의 직원이 일하니 매일 마켓에 가지 않고 아주 가끔씩 마켓에 간다고.
할아버지가 이메일을 열고 엑셀 첨부 파일을 여니 나라별로 다른 새우 가격이 정리되어 나의 눈은 호수처럼 커졌다. 우와 여기 뉴욕임을 실감하는 순간. 나라별 파운드당 새우 가격이 달랐다. 할아버지는 다른 마트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해 더 저렴하게 파는 분이라 짐작했다.
할아버지 집은 브루클린 중국인 이민자가 많이 거주하는 벤슨 허스트 Bensonhurst. 이민자에 관심이 많아서 오래전 방문했던 지역이고 조용하고 깨끗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은 변했을지 잘 모른다.
그리스에서 온 할아버지에게 그리스가 그립냐고 물으니 그러지 않다고 하셨다. 40년 전에 뉴욕에 이민을 와서 그리스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그리스가 그립지는 않다고. 난 여름이 되면 맘마미아 영화와 뮤지컬에서 본 그리스 섬이 생각나곤 하고 돈이 많다면 그리스 섬을 사고 싶다고 할아버지에게 말하니 웃으셨다.
할아버지랑 이야기를 하니 금세 맨해튼에 도착했다. 할아버지와 나 모두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내려 N 지하철에 환승했고 유니언 스퀘어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