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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an 09. 2019

허리케인 샌디와 교통사고와 뺑소니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낯선 땅에 올 때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을까. 낯선 외국어로 공부할 생각 해도 잠이 안 오고, 뉴욕에 여행 온 적도 없으니 지리도 낯설고, 과연 뉴욕에서 살 수 있을까 염려도 했다. 지인은 내가 뉴욕에 가서 6개월 만에 한국에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고 말해서 웃었다. 단 한 명만 아는 사람이 있어도 더 나을 텐데 어디서 용기가 솟았는지 아무것도 모른 뉴욕에 도착하고 참 힘든 세월을 보내다 천천히 뉴욕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있다. 아름다운 일도 너무너무 많았고 슬픈 일도 너무너무 많은 뉴욕 생활은 바흐 샤콘느를 연상하게 한다. 들을 때마다 곡 느낌이 다르고 이작 펄만 연주로 가끔씩 듣는다. 가장 슬프고 가장 아름다운 일은 한 줄의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뉴욕은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도시라서 세계 최고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고 세계적인 공연과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어서 좋지만 한국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슬픈 일도 일어났다. 



#1. 악몽 같은 허리케인 샌디


2012년 가을 뉴욕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는 죽음의 도시로 만들어 정전이 되고, 가로수는 넘어지고, 주유소에서 오일 채우려면 최소 3-4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고 마치 전쟁을 연상케 했다. 브루클린에서 총살 사건도 발생했는데 누가 새치기하려고 하니 화나서 그런 악몽을 저질렀단다. 그만큼 주유소에서 오일 채우기 너무 힘들었다. 집에서 식사도 할 수 없어서 근처 몰에 가서 외식했다. 뉴스에서 허리케인이 올 거라 했지만 한국에서 허리케인이 얼마나 무서운지 경험하지 않아서 그 무렵 단풍이 예쁜 시기라 단풍 구경하러 자동차 운전하고 달려갔다. 아, 그날 자동차 주유소에서 오일을 채워야 했는데 롱아일랜드 국립 사적지 (사가모어 힐/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탄생한 곳)에 가서 단풍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딸이 전화를 해서 "엄마 자동차 오일 채웠어요?"라 물었는데 세상 물정 모른 엄마는 "아니, 왜?"라고 말하니 딸이 놀라서 "지금 허리케인이 오고 있어요. 빨리 주유소에 가서 오일 채워요". 뉴욕에서 태어나지도 않고 허리케인이 뭔지도 모르니 철없이 단풍 구경하러 갔는데 뉴욕을 지옥의 도시로 만든 샌디가 우리 집 아파트 지붕을 데려갔다. 세상에 태어나 아파트 천정 지붕이 무너진 것을 처음 보았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 통곡을 하며 얼른 아파트 관리실에 달려가 보고를 했다. "난리 났어요, 아파트 천정에서 물이 쏟아져요."라 하니 직원도 약간 당황한 얼굴빛이나 천재지변이니 보상도 없었다. 한 달 동안 목수들이 뚝딱뚝딱 공사를 하니 먼지 세상이었다. 수 백 가구 사는데 하필 내가 사는 아파트 지붕이 날아갔다. 


2013. 11. 16 방문 /샌디 허리케인 1년 후


그런데 말이야. 어느 날 뉴욕 시립 미술관에 가니 놀랍게 <샌디 사진전>이 열려 놀랐다. 허리케인 샌디가 찾아와 뉴욕을 지옥의 바다로 만들었는데 역사적인 순간을 카메라로 담아서 기록을 했던 뉴욕 시민들. 내가 사랑하는 롱아일랜드 파이어 아일랜드 등 피해 지역이 아주 많았다. 뉴욕 타임지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하지 않는다고 제1면 기사에 크게 떠서 뉴욕 하면 뮤지컬이 중요하단 생각을 했다. 물론 지하철 운행도 안 하고 난리가 났다. 아, 슬픈 샌디. 어느 날 7호선을 타고 맨해튼에 가는데 산전수전 다 경험했다는 슬픈 여자의 이름이 '샌디'라고. 옆에 앉은 뉴요커가 '샌디'이름이 그래요. 이름에 많은 게 담겨있어요,라고 하니 놀랐어. 그럼 내 이름에도 슬픈 일이 담겨 있어. 내겐 슬픈 일이 너무너무 많아. 차마 말하지 못하고 침묵 속에서 잠들어 있어. 



#2. 교통사고와 뺑소니, 견인 & 주차 티켓  


뉴요커들이 모두 바쁘게 산다. 낯선 도로 운전하기 아주 싫어하는데 롱아일랜드는 차 없이 지내기 힘든 지역이다. 두 자녀 학교에 데리러 갈 때도 하마터면 하늘나라로 갈뻔한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많았어. 어느 날 고속도로 달리다 교통사고가 났어. 내 뒤 차가 앞에 있는 내차를 박어버려 하늘로 붕붕 날아갔어. 아아 한숨도 쉬지 못하고 눈을 감았어. 이게 마지막이구나 하면서. 수 십 년 자동차 운전하면서 그런 경험도 처음이었지. 그날 바이올린 레슨 끝나고 바이올린 선생님은 집으로 돌아가고 우린 뉴욕 음악 행사 니즈마 열리는 사요셋 고등학교가 어디에 있는지 미리 찾는 길이었어. 당시 GPS도 없고. 교통사고를 낸 운전수가 초보 운전이라고 하면서 아주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고 끝난 일은 아니지만 어쩌겠어. 그때 두 자녀는 5월이라 학교에서 시험 스케줄이 아주 많아 복잡하고, 줄리아드 음악 예비학교와 맨해튼 음악 예비학교 오디션 치르려고 일정이 잡혔는데 교통사고가 났다. 경찰도 부르고 보험 회사에 연락도 하고 소동을 피웠다. 끔찍한 악몽이었다. 



잊을 수 없는 악몽 뺑소니. 뉴욕에서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믿을 수 없어. 집 앞 도로변에 주차한 내 소형차를 박고 도주한 범인을 찾지 못해 수 천불이 하늘로 붕붕 날아갔다. 아, 메트 오페라(러시 티켓) 100개 볼 돈이야. 국제 학회에 가려고 샤워하고 아파트 문 잠그고 밖에 나가니 내 차가 이상하게 찌그러져 트렁크 문도 안 열리고 여기저기 예술가의 손이 장난친 거 같았지. 세상에 이럴 수가. 믿을 수 없었어. 이웃집 여자가 뺑소니 운전사가 사고 내고 달아난 것 목격했다고. 경찰이 뒤를 쫓아갔다고 하는데 그때 난 욕탕에서 샤워 중이라 소리도 듣지 못했다. 내 차 앞과 뒤에 다른 차가 주차되었는데 중간에 있는 내 차만 박고 도망갔다. 이럴 수가. 어디 믿어져. 남의 차 박고 말없이 도주한 사람 양심은 무슨 색일까. 경찰서에 전화를 하고 찾아가 도와 달라고 부탁했지만 찾을 수 없다고 하니 어쩌겠어. 피해는 고스란히 내 몫.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자꾸 내게 슬픈 일을 준 거야. 


뉴욕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 어느 날 런던에서 공부 마치고 뉴욕에 돌아오는 딸 마중하러 자메이카 역에 가야 하는데 제리코에 살 때 근처 힉스 빌 기차역에서 기차 타고 마중하러 가야 하는데 집과 힉스 빌 기차역이 걸어서 약 30분 정도. 그래서 차를 타고 역 근처 갔는데 주차할 만한 공간이 없어서 평소 이용하는 은행 주차장에 차를 두고 아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딸을 만나러 갔다. 자메이카 역에서 딸을 만나 힉스 빌로 돌아왔는데 내 차가 사라졌다. 슬프게 견인당했어. 은행 주차장에 주차했다고 가져가면 어떡해. 참 슬프네. 내가 자주자주 이용한 은행 주차장에서 일어난 슬픈 추억이다. 전화를 걸고 택시를 타고 차를 찾으러 갔어. 수백 불이 눈 깜작할 사이에 사라진 거야. 아, 슬퍼. 하필 딸이 런던에서 뉴욕에 돌아온 날이라 잊을 수 없어.


뉴욕시로 이사 와서 주차 티켓 벌금을 많이 냈다. 롱아일랜드에서 뉴욕시 플러싱으로 이사 와서 처음 주차 금지 요일도 몰랐다. 왜냐고. 롱아일랜드는 그런 법이 없어서. 어느 날 내 차 위에 주차위반 티켓이 놓여 있었다. 이건 뭐야? 다른 차도 나란히 주차되었는데 딱 내 차위만 주차 위반 티켓이 보여. 참 슬프네. 그때 요일별 주차 금지법을 알게 되었어. 그런데 가끔 바쁘면 잊어버려. 그래서 벌금을 냈다. 어느 봄날 노란 수선화 꽃 아이폰에 담으려다 주차 티켓을 받았어. 집에서 가까운 곳이지만 우리 집과 주차 금지 요일이 달라 깜박 잊어버리고 운전하고 달리다 노란색 수선화 꽃이 너무 예뻐서 딱 2장 찍고 내 차로 돌아가는 순간 경찰이 주차 티켓을 내 차 앞 유리에 놓고 있어서 "나 지금 사진 2장 찍었어요."라고 말해도 이미 지난 일이었어. 아, 슬퍼. 결코 잊을 수 없는 황금빛 수선화 꽃, 60불이 날아갔어. 역시 수선화는 황금이야. 내 황금 같은 돈 60불 돌려줘. 수선화, 내 마음 아니? 너 보려다 60불 날아갔어. 오페라 3편 봐. 스탠딩 티켓으로. 아, 슬퍼. 



#3. 뉴욕 낡고 오래된 아파트 

_화장실 바닥 쿠키처럼 바삭바삭 

_화장실 변기통 손잡이

_욕조와 부엌 등


"뉴욕 좋아요?"라고 누가 물으면 뭐라 답할까. 뉴욕은 천사와 악마 두 얼굴이야. 세계 문화 예술의 도시라 좋은 면도 많지만 보통 사람의 현실은 너무너무 무거워 질식할 거 같아. 그래도 참고 견디고 살고 있다. 언젠가 이 아픔이 사라지길 바라면서. 


뉴욕 아파트 구하기는 또 얼마나 어려워. 맨해튼에는 럭셔리 아파트가 많고 낡고 오래된 아파트도 많다. 렌트비는 하늘에 곧 닿을 거처럼 비싼데 시설은 얼마나 최악인지. 화장실 손잡이가 지구를 들 힘으로 눌러야 돌아가는데 어느 날 부서져버려. 암튼 고장이 나니 슈퍼를 불렀어. 슈퍼는 마법을 부리잖아. 금세 수리를 했어. 지금은 새 깃털 같은 힘으로 버튼을 눌러도 돼. 가끔은 욕조에 물이 가득하고 부엌 파이프는 새고, 그때마다 슈퍼를 불러. 팁을 주면 슈퍼는 금세 오고 아니면 언제 올지 모르지. 


롱아일랜드 제리코에 살 때 샌디만 찾아온 게 아니라 화장실 바닥이 쿠키처럼 바삭바삭 부서졌어. 관리실에 말하니 아파트를 비워 달라고 해. 호텔비도 안 주면서. 어디로 갈 곳이 있나. 우리 재워줄 천사가 어디 있어. 런던에서 공부하는 딸이 동생과 엄마를 위해 보스턴 호텔을 미리 예약해서 메가 버스 타고 보스턴 여행을 갔어. 그때는 보스턴이 아주 낯선 곳이고 너무너무 춥고 수 십 년 전 구입한 여행 트렁크 들고 갔는데 바퀴 소리가 지구를 삼킬 듯 하니 음악을 하는 귀가 아주 예민한 아들은 고통스럽다고 짜증을 내며 "엄마 트렁크 새로 구입하면 어때요?" 하니 모른 체했어.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사용한 게 나의 원칙이니. 그때 보스턴 여행 가서 맛집이라고 소문난 레스토랑에 갔는데 음식이 형편없어서 고생도 많이 하고. 너무너무 추운 날 더블트리 바이 힐튼 호텔 직원이 맛있는 쿠키 주니 아들 화가 좀 풀렸다. 그때 먹은 쿠키 맛을 잊을 수 없어. 찰스강이 비친 호텔 방에서 아경을 보며 어려운 숙제도 했어. 나중 세월이 흘러 딸이 보스턴에 지낼 때 자주 보스턴 여행을 하고 너무 편하게 지냈어. 특히 보스턴과 뉴욕은 정보 없으면 지출은 많고, 피곤하고, 재미가 없다. 보스턴 여행은 늘 딸에게 감사의 마음이 든다. 


뉴욕은 자본주의가 춤을 추는 도시. 팁 문화라 아파트 수리할 때 슈퍼 부를 때 약간의 팁을 주면 훨씬 빨리 와서 수리해준다. 플러싱 아파트로 이사와 창에 블라인드 달려고 하는데 우리 힘으로 도저히 불가능. 몇 주 동안 밖에 환히 비춘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 무렵 일하고 집에 오면 자정 무렵. 정말 힘든 시기였다. 아들 혼자 식사 준비해 먹고. 몇 주가 흘러 아파트 슈퍼를 불러 도와 달라고 했다. 슈퍼는 역시 우리와 달라. 쉽게 블라인드를 창틀에 장착했다. 나중 아주 작은 에어컨 설치도 부탁했어. 항상 팁을 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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