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뭐길래
9월 24일 화요일
아침 아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늦은 오후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나의 목적은 차이나타운과 이스트 빌리지에서 공연 보는 것.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익스프레스 4호선에 탑승했는데 차이나타운에 가려면 카날 스트리트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익스프레스 지하철이 멈추지 않아 유니온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내렸다.
평소 자주 이용하는 7호선 노선은 잘 알지만 뉴욕시 모든 지하철 노선을 아는 것은 아니다. 카날 스트리트 지하철역에 익스프레스도 운행한 줄 착각을 했다.
잠시 기다리다 로컬 6호선에 환승할까 하다 좀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밖으로 나와 오랜만에 스트랜드 서점에 가서 헌책 구경을 했다. 가끔씩 스트랜드에서 만난 홈리스 할아버지가 날 보자 돌아와서 반갑다는 인사를 했다. 날 기억하고 있나 짐작을 했다. 나야 그분을 쉽게 기억하지만 할아버지 입장은 수많은 사람을 보니 기억하기 쉽지 않을 텐데. 그분이 돈을 달라고 하면 웃는다.
맨해튼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뉴욕 삶은 귀족이 아닌 경우 어렵다고 한다. 물론 능력 많은 분들은 예외가 되겠지. 돈이 없다고 하면 할아버지는 웃으며 "No Money No Honey"라고 하신다. 돈, 돈, 돈이 뭐길래 돈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을까.
유니언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스트랜드 서점 가는 길 얼마나 홈리스들이 많던지 놀랐다. 맨해튼 거리에서 점점 더 많은 홈리스들을 만난다. 참 슬픈 세상이다. 스트랜드에서 잠시 구경을 하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차이나타운에 가려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낯선 사람의 미소 짓는 얼굴도 보면서 헌책 구경을 하다 나도 모르게 스트랜드에서 오래 머물렀다.
이스트 빌리지 톰킨스 스퀘어 파크 근처에서 열리는 특별 공연을 보러 가는 길. 매년 여름 찰리 파커 재즈 축제가 열리는 톰킨스 스퀘어 파크 근처에서 찰리 파커와 마돈나가 살았다. 마돈나 역시 무명 시절 혹독한 고생을 했다는 글을 읽었다. 아들과 가끔 가서 식사를 했던 이스트 빌리지 일식 분식집도 지나며 흥겨운 밤거리를 걸었다. 이제는 낯선 지역이 아니라서 스트랜드에서 톰킨스 스퀘어 파크까지 가는 길이 아주 피곤하지는 않다. 나의 목적지는 어렵지 않게 찾았다.
다양한 행사를 안내하는 Eventbrite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찾아갔는데 입구에서 기부금을 내라고 했다. 난 분명 무료 공연이라고 하니 예약을 했고 하필 지갑에는 돈이 없었다. 20불 기부금 낼 돈이 어디 있어야지. 그녀에게 무료 공연이라 찾아왔다고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직원이 테이블로 안내를 했다. 혼자 왔다고 하니 싱글 테이블로 안내를 했는데 메뉴판을 보니 테이블에 앉으려면 최소 두 접시를 주문해야 한다고. 갈수록 태산이야. 지갑에 돈이 없는데. 잠시 고민하다 직원에게 바로 옮겨도 되냐고 물었다. 아무래도 바에 앉으면 더 저렴할 거 같아서. 그래서 자리를 옮겼다. 웨이터가 날 보며 메뉴판을 주었다. 처음으로 방문해서 당연 가격을 모르니 메뉴판을 봐야 아는데 가장 저렴한 맥주가 7-8불 정도. 거기에 팁 약 20%+ 세금. 그럼 가장 저렴한 맥주 한 병을 주문해도 10불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다시 말썽이 생겼다. 하필 내 지갑에 현금이 없었다. 1불짜리 지폐 몇 장이 들어있는데 최소 20불 이상을 주문해야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그럼 나 혼자 맥주도 마시고 안주도 먹고. 특별 공연을 보고 싶은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처음으로 이스트 빌리지에 공연을 보러 갔으니 어지간하면 10불 정도만 지갑에 들었다면 원래 나의 계획에 없었지만 공연을 보고 집에 오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더라. 잠시 고민을 하다 밖으로 나왔다. 스트랜드 서점 앞에서 구걸하는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No Money No Honey".
삶이 뭘까?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나의 최선은 뭘까? 어디에 길이 있을까? 가다 보면 종착역 묘지에 도착할 텐데 하루도 고민하지 않은 날은 없다.
화요일 아침 아들도 친구를 만나러 그랜드 센트럴 역에 갔다. 지난번 롱아일랜드 대학 동창 결혼식에 가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맨해튼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둘은 함께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만나 센트럴파크까지 걸어가고 차 한 잔 마시지 않고 집에 돌아와 깜짝 놀랐다. 아들이 집에 돌아오는 길이라고 해서 식사했냐고 물으니 하지 않았다고. 아들은 센트럴파크에서 그리 오랫동안 잔디밭에 누워서 친구랑 이야기한 것은 처음이라고. 영국 런던에서 대학원 과정을 했던 친구도 아직 직업을 구하지 못했고 싱글맘과 산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 아주 오래전 그 학생을 맨해튼에서 봤는데 아주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줄 알았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아들도 맨해튼에 가서 차 한 잔 먹지 않고 집에 돌아왔는데 나 혼자 어찌 공연 본다고 수 십 불을 쓰겠어.
평소 뉴요커들은 밤에 바와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도 하면서 공연을 본다. 나도 가끔씩 밤 공연을 보러 가고 싶지. 그런데 현실이 허락하지 않더라. 그래서 거의 무료 공연을 찾아서 보는 편이다. 특별한 경우 저렴한 티켓을 구해서 메트 오페라와 카네기 홀 공연을 보고 요즘 뮤지컬 공연도 가격이 너무 비싸서 거의 보지 못한다.
오래전 브루클린 코니 브라이튼 비치에서 만나 음악가가 이스트 빌리지에서 공연을 한다고 초대를 했는데 그때 갈 걸 그랬나 후회도 된다. 오래전이라서 그가 말했던 장소도 잊어버렸다. 내게 하와이 섬에 집을 사두라고 해서 웃었다. 하와이에도 저렴한 집이 있다고. 그때 살 걸 그랬나.
이스트 빌리지를 걷다 그라피티를 보았다. 힘들게 공부하던 대학원 시절 자주 들은 You're Loved 노래가 떠오르게 했던 그라피티. 조시 그로반의 따뜻한 목소리를 들으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