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가을비 내리는 날 마법의 성에 오페라 보러 갔지.

by 김지수

10월 29일 화요일


하늘은 흐리고 가을비 내리는 날 일찍 저녁 식사를 하고 메트 박스 오피스에 가서 오페라 입석표 한 장을 샀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메트에 가서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감상했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오페라에 홍혜경이 출연한다고 하니 기대를 하고 갔다. 오르페오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제이미 바튼이 오페라에서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에우리디체 역을 맡은 홍혜경과 사랑의 신 '아모르' 역을 맡은 박혜상 비중은 낮았다. 대개 오페라 상영 시간이 3시간 정도인데 3막으로 구성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쳬> 오페라는 1시간 반이 걸려 일찍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휴식 시간이 없으니 더 일찍 막을 내렸다.



IMG_1719.jpg?type=w966 사진 중앙 메조소프라노 제이미 바튼



IMG_1717.jpg?type=w966 사진 앞 왼쪽 홍혜경, 오른쪽 박혜상



처음으로 본 글룩의 오페라인데 전체적으로 참 좋았다. 대개 난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러 가는데 아리아보다는 합창, 무대 장식, 댄스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붉은 카펫 위를 천천히 걸으며 계단 위를 올라가며 삶이 복잡한데 다시 메트에 찾아왔구나 스스로 위안도 했다. 메트에 오페라를 보러 가는 순간은 비록 입석표를 샀지만 영화 같은 순간이다.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아리아를 들으면 천상에서 산책을 하곤 한다.



IMG_1706.jpg?type=w966
IMG_1707.jpg?type=w966 스와로브스키 메트 샹들리에 참 예쁘다.



레스토랑에서는 식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샹들리에를 보는 즐거움도 컸다. 8시 개막이면 대개 30분 정도 전에 문을 여는데 8시 10분 전에 문을 여니 발코니는 아주 복잡했다. 패밀리 서클 입석표라서 하늘 높은 꼭대기에 올라가 오페라를 봤다.


메트 오페라는 뉴욕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만약 뉴욕을 떠나게 된다면 오페라와 카네기 홀 공연이 가장 그리울 거 같다. 삶은 아무도 모르지. 언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


2018년 10월 맨해튼 음대에서 아들과 함께 홍혜경 성악 마스터 클래스를 봤다. 아들이 세계적인 성악가 홍혜경을 보고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엄마랑 비슷한 연령이나 메트에서 활동하는 오페라 가수니 얼마나 다른가. 15세 유학을 와서 줄리아드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고 메트에서 활동하는 오페라 가수와 40대 중반 늦게 유학 온 경우는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 더구나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온 나의 처지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뭐든 상황이 참 중요하다.


메트에서 활동하는 홍혜경 씨에게도 아픔이 많다. 뉴욕 한인 교회에서 만난 한 선종 변호사와 결혼했지만 2007년 12월 암 선고를 받고 7개월 투병 생활하다 하늘로 떠나버려 2년 동안 활동을 중단했다. 아픔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 저마다 남몰래 간직한 사연이 얼마나 많겠어. 생은 우리가 알 수 없지만 저 하늘로 떠나기 전 더 많은 기쁨을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비록 삶이 우릴 슬프게 지치게 하더라도.


IMG_1728.jpg?type=w966 메트(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가을비 내리는 날 흐린 하늘처럼 마음이 우울했는데 마법의 성에 가서 오페라 한 편 보니 하늘을 날 듯 기분이 좋아졌다. 밤늦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2019 유에스 오픈 챔피언 라파엘 나달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keyword
이전 28화뉴욕, 흐린 가을날 파란색 우체통 만나러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