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 떠나가네

2021

by 김지수

2021. 4. 30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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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495.jpg?type=w966 찬란한 해님 대신 달님을 본 사월의 마지막 날 아침


아름다운 사월의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일출을 보려고 밖으로 나갔는데 찬란한 태양 대신 달님을 보았다. 어느새 초록이 우거진 나무 사이로 비친 달님은 얼마나 예쁘던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아침 일찍 산책하며 예쁜 꽃들과 안녕 인사를 나누는데 하루하루 빛이 달라져가는 겹벚꽃. 이제 볼 날이 며칠 남지 않은 듯 보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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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652.jpg?type=w966 화사한 빛의 겹벚꽃



향기로운 라일락꽃, 귀여운 앵초 꽃, 도그우드 꽃, 제비꽃, 겹벚꽃과 동백꽃 등을 보고 공원 근처에 있는 홍매화 꽃을 찍는데 낯선 남자가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걸었다. 고개를 돌아보니 교포였다. 뉴욕에 온 지 17년이 되었다는 남자는 내가 꽃 사진을 찍는 것을 가끔 보곤 했다고 하니 웃었다. 그도 꽃을 좋아해 사진을 한 달 동안 배웠는데 구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며 내게 사진을 배웠는지 물어 SVA에서 잠시 수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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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928.jpg?type=w966 사월의 마지막 날 아침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홍매화꽃



대학 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뉴욕에 와서 사진을 배우고 싶단 생각에 기초 과정을 등록했지만 중급 이상부터 수강료도 무척 비싸고 실은 내겐 카메라가 없어서 포기했다. 빛의 예술 사진을 잘 찍는 것도 그냥 쉽지는 않다. 셔터를 그냥 눌러도 느낌이 좋은 날도 있지만 대개 꽃 사진은 어려운 편에 속한다. 오래전 두 자녀 초등학교 시절 미술학원에 보낼 때 나도 함께 데생 수업을 받은 적이 있다. 어릴 적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두 자녀 미술 학원에 보낼 때 나도 함께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등록했지만 집안에 복잡한 일이 생겨 그만두고 말았다. 집안이 불바다로 변할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할 수는 없다. 아그리파 석고 데생부터 시작해 비너스까지 데생 수업을 받기도 하고 수채화와 유화도 아주 잠깐 배운 적이 있다. 특별한 일이 없었다면 나도 계속 첼로 레슨을 받고 그림 수업도 받았을 텐데 운명의 여신이 날 보고 활짝 웃는 바람에 내 삶은 중지되고 우리 집안은 불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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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130.jpg?type=w966 도그우드 꽃과 라일락꽃


사월의 마지막 날 유독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오후 아들과 함께 운동하고 사진 작업하며 시간이 흘렀다. 신록의 계절 오월이 시작되니 빨래 가방에 세탁물 담고 지하로 내려가 세탁을 하고 있다. 저녁 식사는 아들이 준비한 맛있는 햄버거. 딸이 캘리포니아 IN-N-OUT Burger(인 앤 아웃 버거)가 먹고 싶다고 하니 아들이 준비했는데 맛이 좋았다. 난 원래 버거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데 아들이 만든 버거는 맛있게 먹었다. 저녁식사 준비를 안 하니 무척이나 편한 저녁이 되었다. 바쁠 때 누가 조금만 도와주면 훨씬 편하고 좋다.


복잡한 일이 있어서 도움이 필요한데 이리저리 헤매는 꿈을 꾸었다. 어려울 때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힘들고 힘들더라도 모든 일을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어려울 때가 무척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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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만든 햄버거와 딸이 사온 아이스 라테



아들이 준비한 맛있는 버거 먹고 딸이 파리 바케트에서 사 온 아이스 라테 먹고 산책하고 운동하고 세탁하고 글쓰기 하며 조용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일 꽃들과 놀면서 보낸 사월이 떠나고 있다. 사월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도 늦게 늦게 알았다. 코로나로 맨해튼 나들이 대신 매일 산책하니 동네 이웃집 뜰에 핀 꽃들을 전부 기억한다.


오월엔 무슨 일이 찾아올까. 기쁜 소식이 들려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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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726.jpg?type=w966 아침 산책에서 찾은 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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