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 뮤지엄과 메디슨 애비뉴 갤러리 /뉴욕 살을 에는 강추위
2022. 1. 21 금요일
고혹적인 향기에 취해 하루를 보냈다. 꽃 향기에 취하고, 그림 향기에 취하고, 겨울 향기에 취하고, 책 향기에 취해 잠시 고통을 잊었다. 날 짓누르는 숨 막히는 삶의 무게에서 잠시 벗어나 내 영혼은 춤을 추었지.
무척이나 추운 겨울 함박눈이나 펑펑 내리면 좋을 텐데 눈은 내리지 않고 살을 에는 강추위에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버렸다. 그럼에도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북카페로 갈지 뮤지엄에 갈지 잠시 망설이다 시내버스 타고 메트 뮤지엄에 도착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하니 기분이 좋았다. 밖은 춥지만 실내 공간은 따뜻하기에 얼마나 좋아.
고뇌 깊은 램브란트의 초상화도 보고 밀짚모자 쓴 고흐의 자화상도 보고 춥디 추운 한겨울 누드화도 보고 파리의 에펠탑 등도 보았지. 정말 샤갈이 그렸나 한참 쳐다보았다. 하늘나라로 여행 떠난 샤갈에게 달려가 물어봐야지. 푸른 파도 넘실 거리는 바다에서 춤추는 하얀 요트를 담은 르노와르 그림도 보면서 잠시 휴식을 했다.
지하철을 타면 대서양을 볼 수 있는 코니 아일랜드에 도착하는데 자꾸만 미루는 게으른 나. 언제 겨울 바다를 볼까. 바다가 날 기다리고 있을 텐데...
모처럼 메디슨 애비뉴 갤러리에 찾아갔는데 바람을 맞았다. 약속한 방문객만 받는다는 갤러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갤러리가 한 곳뿐이 아니니 계속 걷다 낯선 갤러리 문을 노크했다. 백합 향기가 얼마나 좋던지. 프랑스 화가 작품도 보면서 꽃 향기 맡으니 정말 좋더라. 역시 맨해튼은 보물섬이다.
대학 시절 참 좋아했던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
그도 나처럼
삶이 고통스러웠나
취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
아름다움에 취하면
잠시 세상의 고통을 잊는다.
묘지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아름다움에 취해 살자.
어제 카네기 홀에서 막심 벤게로프 공연을 봤는데 너무 추워서 일찍 떠났는데
앙코르 3곡을 연주했네.
"취하라" -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항상 취하라.
그것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없다.
시간의 끔찍한 중압이 네 어깨를 짓누르면서
너를 이 지상으로 궤멸시키는 것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끊임없이 취하라.
무엇으로 취할 것인가.
술로, 시로, 사랑으로, 구름으로, 덕으로
네가 원하는 어떤 것으로든 좋다.
다만 끊임없이 취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 물 위에서나
당신만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
당신이 깨어나 이미 취기가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줄 것이다.
취하라.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항상 취해 있으라.
술이건, 시건, 미덕이건 당신 뜻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