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벤슨'의 'You don't know what love is'
찬란하게 만개한 벚꽃은 계절의 여왕, '봄'만이 줄 수 있는 화려한 선물이다.
해마다 이 맘 때면 수많은 사람들이 짧지만 강렬한 '비장미(悲壯美)'를 지닌 이 요염(妖艶)한 꽃에
마음을 빼앗긴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 자체도 그렇지만 봄바람에 흩어져 꽃비의 장관을 이루어내는 모습을 보며
'사랑의 상실과 고통'의 감정들을 불현듯 떠올렸다면 필자의 취향이 지나치게 염세적인 것일까.
왠지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그 자태가 '실연'의 처절한 상처를 예고하는 듯하다.
'찬란한 슬픔의 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상실과 고통, 상처와 회한의 감정들을 경험하게 하는 '사랑'이 바로 이 '모순형용'과 닮아 있다.
모든 것은 끝이 있고, 또 그 끝이 지나면 새로운 시작이 있다는 자명한 자연의 이치로 해석하기에
'사랑'의 시작은 황홀하고 그 끝은 잔인하다.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 조지 벤슨의 1989년 'Tenderly' 앨범에 수록된 'You don't know what love is'는
만약 잔인한 사랑의 상흔에 아파하는 사람이 듣는다면 반드시 눈물을 쏟고야 마는 곡이다.
1941년에 발표된 '재즈 스탠더드' 넘버인 이 곡은 '빌리 홀리데이', '마일스 데이비스', 쳇 베이커' 등
수많은 재즈의 '거장'들이 커버했으나 필자는 '센티멘탈의 극치'를 보여주는 '조지 벤슨‘의 버전을
가장 애정한다.
You don't know what love is
Until you've learned the meaning of the blues
Until you've loved a love you had to lose
You don't know what love is
You don't know how lips hurt
Until you've kissed and had to pay the cost
Until you've flipped your heart and you have lost
You don't know what love is
Do you know how a lost heart fears
The thought of reminiscing?
And how lips that taste of tears
Lose their taste for kissing?
You don't know how hearts burn
For love that cannot live, yet never dies
Until you've faced each dawn with sleepless eyes
You don't know what love is
진부하고 상투적인 '사랑의 정의'를 담은 가사라 하더라도 '좋은 음악'은 반드시 마음을 흔들고 만다.
기타리스트임에도 훌륭한 보컬 능력을 지닌 조지 벤슨의 재해석이 이 곡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벚꽃의 비장미(悲壯美)'를 연상하게 하는 화려하고 처연한 연주와 노래는 극적인 서사를 부여한다.
'사랑의 본질은 상실과 고통을 처절히 겪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라는 것을,
키스의 달콤함 뒤에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아픔이 있을 수 있고("Until you've kissed and had to pay the cost"), 가슴이 무너지는 상실감("Until you've flipped your heart and you have lost")을 겪어야 사랑의 깊이를 안다는 것을,
잃어버린 마음이 추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두려워하고("how a lost heart fears the thought of reminiscing"), 눈물의 짠맛을 본 입술은 더 이상 키스의 달콤함을 느끼지 못한다("how lips that taste of tears lose their taste for kissing")는 것을,
이룰 수 없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사랑 때문에 밤잠을 설치며 괴로워하는 경험("Until you've faced the dawn with sleepless eyes")을 해보지 않고서는, 마음을 태우는 그 사랑의 본질을 알 수 없다는 것을,
결국, 사랑의 달콤함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슬픔, 상실감, 고통을 겪어야만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무게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현자(賢者)들이 이야기한 사랑의 금언(金言) 보다 더 절절하게 전달한다.
봄비가 내리면 하얗게 떨어지고야 말 벚꽃을 보며 이 곡을 듣는다.
부디 모든 이에게 '아름다운 봄'이 되기를 기원한다.
https://youtu.be/0jQFQQOInf4?si=fKRzUW0BLzlnJt7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