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바뀐 나. 과거를 기억하고 싶은 문장.
1.
사형선고를 받고 사흘 후에 안중근은 항소를 포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관의 논고와 변호사의 변론을 들으면서 안중근은 항소는 쓸데없는 짓이 될 것임을 알았다.
이 세상의 배운 자들이 구사하는 지배적 언어는 헛되고 또 헛되었지만 말숙한 논리를 갖추어서 세상의 질서를 이루고 있었다. p253
( 본질은 사라진 이상한 질서 속에 길들여진 사람들을 보면서 진짜와 가짜를 보는 눈의 시력이 좋아졌다. 그래서 힘들다)
2.
안중근에게 고해성사를 해주고 나서 빌렘은 황해도 신천으로 돌아와 있었다. 3월 26일 저녁에 빌렘은 안중근의 사형이 집행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27일 아침에 빌렘이 신자들을 소집했다. 안중근의 문중 사람들과 마을의 신자들이 청계동 성당에 모였다. 빌렘은 여순 감옥에서 안중근을 만나 고해성사를 베푼 일을 마을 신자들에게 말했다. 빌렘은 ‘나의 시체를 하얼빈에 묻으라’는 안중근의 유언을 신자들에게 전했다.
안중근의 시체는 하얼빈으로 가지 못하고 여순 감옥의 공동묘지에 묻혔다고 빌렘은 전했다.
빌렘은 신자들과 함께 기도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망자에게 평안을 주소서 p280
(본문에서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린 페이지. 사실을 나열해서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글은 소설 전체의 흐름 속에 따라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표현되어 있지 않은 여백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그 순간의 이미지를 상상하게 한다. 가톨릭 신자인 안중근에게 고해성사를 해준 사제의 마음. 청계동 성당에 모이는 안중근의 문중 사람들과 마을의 신자들의 그 날 아침 발걸음과 그 마음. 부활절 아침에 신자들에게 유언을 전하는 빌렘 주교................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3.
김아려의 생애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김아려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기억이나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p289후기
( 내게 가장 마음이 아팠던 문장은 후기에 있었다. 김아려에 대한 일생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적어서 작가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 7살 아들을 가슴에 묻은 엄마, 아버지를 부정하며 살아야 했던 남은 두 자녀의 엄마로서......차라리 깨끗한 고통이라고 말하고 싶다.)
4.
이 문제와 관련된 성직자들의 내면은 매우 복잡하거나, 또는 매우 단순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빌렘과 뮈텔만이 아는 일이고, 후인이 말하기 어렵다.p295 작가의 말
(하느님을 사랑하지만 가톨릭 교회 또한 사랑하는 나의 마음도 복잡하다. 교회의 성직자와 좋은 권위는 이런 모든 것들이 엮여져 선을 이룬다고 나는 말할 수 있다. 이 외는 하늘의 몫이다. 세상 모든 일이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