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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Dec 28. 2019

카피추와 양준일, 서비스기획에 주는 교훈

크리에이티브 커브와 일관성


올해 읽은 책중 나름 베스트도서를 꼽자면

'크리에이티브 커브'(번역제목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번역 제목이 한숨나는 제목이지만 내용만큼은 정말 소장가치있는 두고두고 읽을만한 책이었다.


https://brunch.co.kr/@windydog/244



친숙함과 색다름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만나는 그 지점에서 진짜 각광받는 서비스가 나타난다는 이론. 당연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예시로 당위성에 한층 다가갔고 읽다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리고 책 내용자체가 UX에도 맞닿아있어 서비스기획자로서도 생각할 가치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이 이론의 증거를 몇 가지 보고 있다.

바로 양준일과 카피추를 볼 때.


최근 내가 유튜브에서 열심히 보고 있는 두 사람의 콘텐츠는 굉장히 오래됐다. 90년대 초였던 당시 문화내에서 낯설음에 의한 배척당했다던 양준일과 8년 넘게 유사한 음악개그를 선보이는 카피추, 개그맨 추대엽은 갑자기 대세가 되었다.


이 이유를 크리에이티브 커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낯선 것이 친숙해졌지만
또 낯선 과거의 영상과 순진함이 주는 낯설음,
양준일


 과거의 그의 패션과 음악은 낯설었다. 영어를 많이 사용해서 방송정지를 당할만큼 과거는 교포다운 그의 모습이 낯설었다. 뭔가 대성하기에는 지나치게 낯설었다. 지나친 낯설음은 거부감을 가져온다. 물론 소수의 극성팬은 있었다. 흔히 마케팅에서 얼리어답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초창기 시장을 형성하지만 대중화되는 시점에 해당하는 '캐즘'을 깨지 못하면 대중화에서 멀어진다. 양준일이 대중화되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다.

 알게모르게 양준일의 음악과 스타일이 밑거름이 되서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듀스'가 한층 익숙해지고 성공하는데 거름이 되었을 수 있다.


 이름 양준일이 2019년에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타고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슈가맨에 나오면 식을 줄 알았던 인기는 더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그의 외모와 스타일은 레트로를 표방한 뉴트로 열풍을 타고 한층 익숙해졌으나 그에게는 요즘 시대에 없는 낯선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요즘 시대 아이돌에게 없는 순박함이다. 그 누구보다도 화려한 지드래곤을 닮은 외모는 익숙하지만 각종 마약과 성추문을 일으키는 요즘 아이돌에 느낄 수 없는 순박함은 양준일을 대세로 만들었다.

 아주 친숙하지만 낯선 그가 '힐링'을 주는 이유다.


8년째 비슷한 음악 개그,
뻔뻔한 한끗차이는 인기를 묻고 더블로 갔다
카피추, 추대엽


 MBC출신 개그맨들은 재주가 많다. 연기도 잘하고 성대모사도 노래도 잘한다. 하지만 팔방미인은 굶어죽는다했던가 MBC개그맨의 명맥이 끊기고 이렇다할 프로그램이 없어진 지도 오래됐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추대엽이 8년도 전에 음악개그하던 영상을 보여준다. 지금 봐도 웃기지만 '미소를 머금는'정도였다면 카피추로 변한 그의 개그는 파괴적인 수준이다. 최근 들은 '그냥 웃지요'는 지하철에서 현웃(현실 웃음)이 터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차이는 간단하다. 유튜브라는 매체의 차이로  짧고 강렬하게  보게 되었다는 점도 물론 강력하다. 하지만 최근에도 코빅에서 유사개그를 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자연인 카피추'라는 컨셉에서 오는 밸런스 파괴가 핵심으로 보인다.

 익숙한 말장난 음악개그에 '돈 욕심넘치지만 아니라고 주장하는 자연인 카피추'는 뻔뻔하고 낯선 캐릭터다. 대놓고 광고와 돈을 강조하고 대놓고 감정을 드러내는 신선함은 음악개그를 성공으로 가져왔다.

 린스타트업에서 마치 피벗전략으로 서비스는 동일하지만 가치의 전달방식이나 타겟을 살짝 바꾼것과 마찬가지다. 추대엽은 전달 채널을 바꾸고 웃음에서 대놓고 광고로 방향을 전환했고 개그맨 추대엽이 아닌 리얼리티가 강조되는 카피추 선생님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낯선 조합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겸손함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낯선 캐릭터지만 정이 가능 캐릭터다.


언제 터질지 모르겠다면
일관성있게
그리고 피봇팅 해야한다


 우린 그들이 언제 터질지 몰랐다. 그리고 그들도 전혀 몰랐다. 서비스도 그런 것 같다. 동일한 서비스가 많았어도 의외의 시점에 특정한 서비스가 터질 때는 소위 '타이밍'의 문제였을 수 있다.

 하지만 '운칠기삼'이라고 했던가? 기준을 가지고 자신들 음악과 개그의 메인 가치를 지켜냈기에 오늘처럼 빵터지는 날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지켜온 시간이 바로 '기'의 기운이 아니었일까.


 부디 신규 서비스들은 정신 똑바로 차리자. 서비스가 언제 터질지는 '친숙하면서 낯선'시기가 우연히 만들어질 때일 수 있다. 그 시기를 전략적으로 접근하려면 결국 세상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리고 우리도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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