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타인의 시간

by 김강민 Salawriter
어쩜 저렇게 낡은 가방을 메고 다닐까?


앞서 가는 사람의 등에 간신히 붙어 있는 가방이 눈에 거슬린다. 원래의 색을 짐작해 볼 수 있지만 이미 물이 빠질 데로 빠졌다. 주머니의 마감은 여기저기 해어져서 수선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보인다. 아니 수선할 바엔 버리고 하나 사는 게 이득이겠다. 남의 가방을 두고 혼자서 온갖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러다가 가방의 낡음 따위 아무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주인의 뒷모습에 생각이 멈춘다.


아마도 그 가방은 매일을 그와 함께 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하루 아주 조금씩 색이 변하고 닳았겠지.


그리고 하필 그 가방은 이제 와서 내 눈에 띄어 그렇게 보일 뿐일 것이다. 그에게는 어제와 별 다를 것 없는 가방이겠지.


어떤 이의 시간의 흐름.

그 흐름에 함께 한 것과 잠시 머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잠시 머물면서 그 시점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주제넘은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시점의 내 모습.

어떤 이는 나의 어딘가를 못마땅해할 것이다. 낡은 가방의 긴 여정에 대해 알 수 없었던 나만큼이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쩌면, 그렇게 낡은 가방을 나는 부러워해야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keyword
이전 13화애쓴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