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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Nov 16. 2019

인스타만 열심히 해도 작가가 될 수 있다구요?

(전) 배달의민족 마케터 이승희의 시작하는 글쓰기

6년 전, 배달의민족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소녀가 있었다. 배민이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았을 때인데, 공모전만 나오면 응모하고 상도 많이 탔다. 상을 타면 SNS에 자랑 글을 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페이스북 메시지가 왔다. 

‘배민 사무실 한 번 놀러 오세요’ 


배민 장인성 상무였다. 이승희는 그렇게 배민과 연을 맺었다. 


치기공 전공자인 이승희는 처음 입사했던 병원에서 서투르다는 이유로 많이 혼났다. 배운 것을 정리하는 목적으로 블로그 운영을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예비 병원 취업자를 위한 성지가 되었다. 그녀의 촘촘한 기록은 그녀가 마케터라는 직업을 갖게 되는 발판이 되었고, 지금까지 3권의 책을 출판했다. 배민신춘문예, 치믈리에 자격시험 등 마케팅 캠페인을 만들어낸 주인공, 이승희는 어떻게 글을 썼을까? 그리고 그녀는 왜 글을 쓰게 되었을까?



죽을 수도 있겠다..

배민 입사 후 초기 3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야근에 야근에 야근을 했다. 스트레스가 극심해져서 수술도 2차례 받았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때 ‘세상에 내 이야기를 남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위복일까. 수술 후 입원실에서 그녀는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글 쓰기엔 너무 바쁜 직장인데? 어떻게 그새 책을 세 권이나 냈을까. 


일상 & 꾸준함

책, '인스타 하러 도쿄 간 건 아닙니다만'

5박 6일 시즈오카와 도쿄 여행을 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 무려 110장! 이라니, 그녀는 그 기록을 그대로 인화하고 엮어서 책으로 만들었다. 


주간 음식

맛있는 음식 앞에서 오가는 대화가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한 주간 먹은 음식 사진을 찍고 영화처럼 자막을 입힌다. 처음에는 병맛이라고 놀렸던 사람들도 나중엔 이승희와 밥을 먹을 땐 일부러 멘트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목요일의 글쓰기

초밥을 먹으면 좋다. 라라랜드를 봐도 좋다. 영감을 주는 책을 읽으면 좋다. ‘언제부터 나는 좋다 라는 표현 말고 다른 단어를 못 쓰게 된 거지?’ 이승희는 어느 날 깨달았다. 본인은 ‘좋다’ 병에 걸린 사람이라는 것을. SNS에 짧은 글을 주로 올리다 보니 표현이 단순하고 일차원적으로 변했고, 긴 글을 쓰면 금방 밑천이 드러났다. 밀도 있는 짧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긴 글 쓰기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승희는 2017년 8월 17일, 하필이면 그날이 목요일이었다. 목요일에 시작해서 목요일의 글쓰기. 규칙은 간단하다. 세 문단 이상 쓰고 #목요일의글쓰기 해시태그를 달면 된다. 처음엔 세 명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규모가 꽤 커졌고,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이승희는 꾸준했다. 그리고 본인이 쓰고 싶은 소재를 찾았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썼다. 마케터인 그녀가 짧은 시간 동안 무려 세 권의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꾸준함’ 때문이다. 직업으로서 소설가의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말이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시작도 괜찮다. 일단 조금씩 시작해보면 어떨까?


‘영감은 아마추어를 위한 것, 프로는 그저 아침이 되면 출근할 뿐이다.’
- 넷플릭스 앱스트랙트, 크리스토퍼 니먼


덧. 참고로 이승희는 11월 1일 자로 배달의민족을 퇴사했다. 앞으로 더 눈부시게 성장하고 날아갈 그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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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를 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2018년 한 해동안 약 350개의 커뮤니티 이벤트를 개최했다. (자칭 이벤트 전문가)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사람과 사람들의 접점을 이어 파동을 일으키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현)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전) 독일 UNCCD(유엔사막화 방지기구) 

       석유화학회사 환경법, 환경정책 관련 업무

       와인 21 객원 기자

       서울대학교 국제 협력본부 학생대사 이벤트 팀장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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