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맞짱 떠서 이길 수 있는 장사는 식당 밖에 없다 - 김현수 저자
직장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바로 점심식사 시간. 좀처럼 가지 않는 시계를 쳐다보며 ‘오늘 뭐 먹지..’ 하고 고민하는 것이 큰 낙이다. 하이에나처럼 밥집을 찾아 나선다. A 김치찌개집, 늘 그랬듯 만리장성급으로 줄이 늘어서 있다. 바로 옆에 있는 B 김치찌개집. 똑같은 메뉴를 파는데도 가게는 한산하다. A 가게에서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 몇 명이 B 가게로 겨우 가는 정도. 줄 서서 먹는 식당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김치찌개, 김치전골, 흑돼지 김치찌개… 모두 김치를 넣고 끓인 음식이다. 한 끗 차이지만 직장인의 마음을 파고드는 문구는 다르다. 김치찌개보다는 김치전골이, 돼지 김치찌개보다는 흑돼지 김치찌개에 소비자는 지갑을 연다.
우동을 파는 돈가스집이 있다. 파리만 날리다가, 어느 날부터 장사가 잘 된다. 메뉴가 바뀐 것도 아닌데? 단지 ‘일본인 셰프 OOO가 전수해준 우동 레시피’라고 써 붙였을 뿐이다. 우동은 바뀌지 않았지만, 소비자가 받는 느낌은 달라졌다. 일본인 셰프 누군지가 중요하겠는가? 고객은 식당에서 성의껏 우동을 만들었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구매한 것이다.
혼밥, 혼술이 대세다. 혼자 낙지볶음에 소주 한잔 하려는데 2인분부터 주문 가능… 1인분 주문이 가능한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만약 단가가 나오지 않아서 1인분 메뉴를 만들기 힘들다면 차라리 1인분 가격을 조금 높이고 ‘특’과 같은 단어를 붙여 1.5인분 수준의 양을 파는 것도 방법이다.
친구랑 같이 중국집에 갔다. 오래간만에 짜장면 짬봉 말고 요리를 시켜 먹으려는데 가격이 세다. 3만 원부터 시작이다. 하나만 시키긴 애매하고, 두 개 시키면 벌써 6만 원이 넘어간다. 부담스럽다.
→ 중국집 요리는 가격이 비싸고 양도 꽤 많다. 사실 이건 중국집 요리사가 귀찮아서 ‘소’ 크기의 메뉴를 만들지 않아서다. 3명이 식당에 와서 3개를 시키게 만들려면 요리 사이즈를 줄이고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 일본의 중식당은 양이 적은 7-8천 원짜리 요리를 많이 선보인다. 혼자 와서 작은 요리 하나, 볶음밥 하나 이렇게 두 개 시켜 맥주 한잔 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일본은 중식뿐 아니라 대부분의 메뉴를 소량 판매하여 혼자서도 가볍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소비 습관이 변하고 있다.
회식 감소
신촌 현대백화점 옆에 잘 되는 고기집이 있다. 상권이 많이 무너진 곳인데 왜 잘될까? 최근 고기집 술 매출이 많이 줄었다. 이유는 회식 문화의 감소. 하지만, 누가 고기를 싫어하겠는가. 고기에 대한 소비자 니즈는 여전하다. 술 소비가 줄어들 땐 굽는 고기 메뉴를 백반으로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혼밥 증가
앞서 말했듯 혼밥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혼자 와서도 손님이 먹기 편하게 유도 장치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4명 테이블을 반으로 쪼갤 수 있게 배치하거나, 앞을 막아주거나, 혹은 밖에 혼밥 가능이라고 쓰는 식이다. 일회성으로 매출이 많이 나는 단체 손님도 좋지만, 꾸준히 오는 1인 손님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 중요하다. 가랑비 스며들 듯 은근은근 오는 손님들이 망하지 않는 식당을 유지하는 비법이다.
시대적 이슈
일본 불매 운동이 한창이다. 배달의민족 마케터에게 들은 여담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객센터에 일식 코너를 없애라는 항의 전화가 들어온다고 한다. 사실 일식집 사장님들은 다 한국인인데… 어쨌든 최근 일식집 매출은 급격히 하락했다. 반면 시대 이슈 때문에 확 뜨는 메뉴도 있다. 대표적으로 평양냉면. 2018년 남북정상 회담 이후 평양냉면 인기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전 지역에서 똑같이 평양냉면이 흥한 것은 아니다. 대구와 광주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는 인구 상승도가 훨씬 덜 했다.
2017년 기준 무려 729,000개의 식당이 문을 열었다. 식당 수는 피부로 느낄 만큼 적정선을 넘어섰다. 이게 얼마나 많은 숫자일까?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보자. 한국은행 조사 결과 음식점 1개당 인구수는 미국 555명, 일본 175명, 그리고 한국은 82명이다. 미국은 한국의 7배, 일본은 2배 수준이다. 전 국민이 매일 외식을 하고, 모든 식당에 고객이 똑같이 방문한다고 가정해도 하루 82명이 다녀가는 셈. 물론 외식 비율과 연령대 등을 고려한다면 그나마도 절반 수준일 테다.
식당은 상대적으로 창업이 쉽다고 여겨지는 분야다. 때문에 IMF 외환위기 당시 직업을 잃은 사람, 그리고 베이붐 세대 은퇴자, 취업 못한 청년 실업자 모두 식당 창업에 나서고 있다. 식당 창업 수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국세청이 매년 발표하는 국세통계연보에 의하면, 연간 신규 창업 대비 음식점 폐업률은 90%가 넘는다. 음식점 10곳이 문 열 때 9곳 이상은 문을 닫는 셈이다.
원자재 값도 오르고, 최저임금도 오르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음식 가격은 동결되어 있다. 수많은 식당 사이에서 손님을 끌려면 다른 식당과 가격으로도 경쟁해야 한다. 손님이 제대로 먹을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격이 20~30%는 올라야 하는데, 지금은 짜내기 식으로 운영하는 식당이 많다. 울며 겨자 먹기다.
예전에는 입지가 나쁘더라도 신의 한 수로 가게가 확 뜨는 경우가 있었다. 유명 블로거나 인플루언서의 SNS에 ‘맛집’ 소위 말해 인스타그램용 ‘맛집’으로 소개되는 경우다. 하지만 SNS 마케팅이 홍수인 요즘, 이 방법으로 가게를 노출시키기 너무 힘들어졌다. 그래서 2010년 후반에 창업해서 성공한 식당 경영자가 진짜 실력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비자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음식을 먹으려 한다. 당신이 소비자라면 과연 내가 취급하는 메뉴를 흔쾌히 선택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만족도 높은 식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 맛뿐 아니라 메뉴 구성, 인테리어에 대한 꾸준한 고민이 필요하다. 넘쳐나는 식당 속에 인사이트 경영을 펼치는 능력자는 극소수다. 뒤집어 말하면 조금만 인사이트 능력을 키워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를 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2019년 한 해동안 1,000개 가 넘는 커뮤니티 이벤트를 개최했다. (자칭 이벤트 전문가)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사람과 사람들의 접점을 이어 파동을 일으키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현)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전) 독일 UNCCD(유엔사막화 방지기구)
석유화학회사 환경법, 환경정책 관련 업무
와인 21 객원 기자
서울대학교 국제 협력본부 학생대사 이벤트 팀장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