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사장들의 큰 공통점 하나는 남들과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들이 놀고 즐기는 날 함께 할 수 없다는 것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구요. 공휴일일수록 가족 단위 손님, 데이트 손님 등 식당을 찾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더 바쁘고 더 힘든 날이 되는 겁니다.
이런 날 매출이라도 팡팡 올라주면 날아갈 듯 일 하고 저녁에 시원한 소맥 한 잔 마시면서 '오늘 하루 보람있네' 하고 잠을 청하지만 몸만 바쁘고 , 아니 몸이 바쁘지 않아서 마음이 괴로운 날은 정말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고단합니다.
사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몸이 힘들어서 힘든 경우보다는 심적으로 힘들어서 고통스러운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마음이 기쁘게 따라주면 몸은 저절로 움직이거든요. 며느리들이 시가에 가서 하는 명절 요리는 '노동'이라서 힘들고 가족을 위해 특식을 만드는 주말 요리는 '사랑'이라서 안 힘든 것 처럼요.
언제나처럼 점심 영업 준비를 마치고 나면 제 아침 식사 시간입니다. 대략 열 시 전 후인 것 같아요. 오늘은 출근길에 버거킹에서 제가 좋아하는 아빠상어 버거를 단품으로 사와서 먹습니다. 햄버거가 고열량 인스턴트 식품이라서 몸에 해롭다고는 하지만 의외로 요령껏 먹으면 괜찮은 먹거리입니다.
군자동 버거킹, 단발 노랑머리, 안경 쓴 여직원분 정말 친절해요
제가 요즘 체중 감량을 하고 있는 중인데요. 햄버거를 먹는 영향은 거의 받고 있지 않습니다. 단품으로 주문해서 빵은 한 장만, 그리고 주문을 할 때 양파, 토마토, 양상추 중 한 가지를 많이 달라고 요구를 하구요, 소스를 줄여달라고 해서 먹고 있거든요. 다만, '햄버거'를 먹는다는 것이 햄버거, 감자튀김, 탄산음료를 모두 포함한 세트라고 했을 때에는 문제가 있겠지요. 그 열량 어쩌나요?
버거킹은 버거들은 참 맛있는데 커피는 제 입맛에 맞지 않아 가게에 와서 내려 마십니다. 또 아침마다 한 잔씩 테라스를 보면서 손님인양 기분내고 마셔야 월세에서 얼마라도 건지는 셈이 되니까 꼭 그렇게 직접 만들어 마시고 있습니다.
자랑같지만 제 가게 커피가 참 맛있습니다. 커피가 주력 메뉴가 아니라서 아메리카노랑 두 세 가지 간단한 메뉴밖에 없긴 하지만 커피향이 구수하고 맛이 진해서 드셔본 분들이 맛있다고 칭찬을 해주세요. 저는 사실 커피 맛은 잘 알지 못하거든요.
어떤 분은 별다방 커피보다도 맛있다는 극찬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원두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평범한 것인데... . 바이올린도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와 평범한 악기를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더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커피도 그런 것인가 하고 잠시 의문을 가져봅니다.
어떻든 아직 커피분야까지 메뉴로 짜 넣기는 힘에 부쳐서 일단은 보류하고 있습니다. 식사하신 분들, 혹은 지나가다가 잠시 이야기 나눌 곳이 필요한 분들이 찾으시면 판매하는 정도입니다.
집에서 아이 간식으로 만들어 주었던 함박 스테이크입니다.
햄버거에 대한 제 첫 기억은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나라에 패스트푸드점으로 처음 생긴 곳이 아닐까 싶은데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당시엔 한양쇼핑센터) 반지층에 '아메리카나'라는 햄버거 집이 들어왔었어요. 학교가 그 근처라서 끝나면 친구들과 몰려가서 햄버거에 '어니언 링'이라는 양파 튀김을 시켜 먹으면서 놀곤 했지요. 얼마나 맛있던지요.
그 전에는 학교 식당에서 만들어 파는 햄버거 (라고 쓰고 hen버거라고 읽지요.)가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왜 Hen버거냐구요? Hen -Burger ,즉 닭을 아니 정확히는 닭머리를 갈아넣고 만든 버거라서 아이들은 헨버거라고 하면서 먹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닭머리가 아니라 아마도 닭의 잡육을 갈아 넣고 만든 것 같아요. 소스는 케첩.
그래도 쉬는 시간 달려가서 친구들이랑 나눠 먹고 , 청소시간 끝나고 사 먹고 했던 맛있는 헨버거였습니다.
재 가개에서 판매했던 수제 함박스테이크예요. 지금은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웬디스, 파파이스, 맥도날드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많이 생겨났구요. 요즘들어서 많이 사랑 받는 수제버거집들이 등장했지요. 영화를 보면 미국 사람들이 식당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나이프와 포오크로 썰어 먹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 장면이 참 신기했는데 요즘은 수제버거들을 다 그렇게 먹지요. 버거 패티도 엄청 크고 다양해졌구요.
다음에 시간이 되면 햄버거 패티, 함박 스테이크 만드는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별 건 없지만 가게에서 꽤 잘 팔렸던 메뉴였어요. 고기 갈아서 반죽하고 만들기가 너무 힘들고, 지금은 가게 컨셉과도 잘 안 맞아서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자, 오늘은 이렇게 hen버거에서 햄버거, 함박 스테이크까지 이야기를 풀어봤어요. 저 위의 포오크와 나이프는?
비록 버거킹 햄버거지만 나름대로 분위기 있게 '썰면서' 먹어보려고 한 번 받아와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