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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Oct 20. 2021

[식당 주인은 뭘 먹나?] 참치회

참치회와 함께 하는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참치 해동을 정말 잘하시는지 배달로 받은 참치인데도 마지막까지 흐물거림 없이 정말 신선합니다

오늘 사장의 식탁은 참치 회입니다.

사실 참치 회는 지금까지 기껏해야 일 년에 한두 번쯤이나 먹곤 했었는데 최근 들어  많이 먹게 되네요. 그도 그럴 것이 와인바를 차리고 나서는 도통 저녁 시간에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어  일을 마치는 열 시 경이되면 배달 음식을 먹게 됩니다. 물론  만들어 먹을 수도 있지만 하루 종일 손님들 음식 해드리고 나면 지치고 피곤해서 국자 잡을 힘도 없습니다.


고기를 먹자니 건강을 생각해서 참고, 밥 종류를 먹자니 탄수화물이라 건너뛰고, 그래서 생선구이, 생선회 같은 종류로 돌려먹습니다. 연어 회도 먹었다가, 장어도 사다 놓고 먹고, 또 어쩌다는 참치 회를 시켜서 먹고요.

타코 고추냉이, 껍질콩, 소라회, 찐 새우, 무말랭이, 묵은지 무침입니다. 이 반찬들만으로도 소주 한 병은 거뜬히 비울 각 나옵니다.

일주일 전도 한 번 주문했던 가게인데 맛있고 신선해서 어제 또 주문했습니다, 너무 만족스러워서 '잘 먹고 있습니다. 선도도 좋고 싱싱하네요. 번창하세요.'라고 적어드렸어요.

와인글라스에 번호가 적인 레이블을 부착한 후 테이스팅에 들어갑니다.

술이 빠질 수 없죠.

지난번에는 와인을 죽 줄 세워놓고 제 사랑을 차지하게 하는  사랑 나눔 놀이를 했는데요. 이른바 '별들의 전쟁'이었죠. 어제는 눈을 가리고 와인 시음을 해 보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 봤습니다.


와인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두 종류가 있는데요. 어떤 와인을 시음할 것인지 목록은 알려주되 순서는 알려주지 않는 식이 있고요. 와인의 종류와 순서 모두 다 알려주지 않는 더블 블라인드 테이스팅(Double-Blind Tasting)이 있습니다. 전문 소믈리에 과정의 가장 높은 레벨의 시험에 이러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어제 제가 했던 것은 전자였습니다.


La Muse에서 인기가 높은 다섯 가지 와인을 추려낸 후 그 각각의 맛을 가려내는 놀이, 다시 말하면 일의 연장인 셈이지요. 일하면서도 술을 마실 수 있으니 이만하면 와인바 사장, 괜찮은 직업이지 않습니까?

작은 무역회사 CEO 이자 바쁠 때면 La Muse 와인바의 서빙을  담당하는 가족입니다. 일 마친 후 음주에는 필 참!

코로나 때문에 쓴 마스크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할 때 눈가리개로도 활용됩니다. 내렸다 올렸다 아주 편하지요. 블라인드 처리 안 해도 될 것 같구먼.... 꼭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귀찮지만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아, 그런데 깜짝 놀랐습니다.


다섯 종류의 와인은 모두 눈 감고도 가려낼 자신이 있을 정도로 많이 마셔보고 익숙한 것들이었습니다만, 저는 2개, 남편은 1개의 와인에서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틀리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자신할 것은 없더군요. 그래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라즈 (Shiraz)를 놓치지 않고 제일 먼저 확실히 짚어낸 것이 다행입니다.

까스따뇨 헤큘라 모나스트렐 [Castaño Hécula Monastrell]

그리고 새로 입고된 까스따뇨 헤큘라 모나스트렐 [Castaño Hécula Monastrell]도 어제 시음을 해 봤는데요. 어쩌면  제 두 번째 사랑인 샤또 롱보 뀌베 피에르 드 라 파브레그에게 쏟았던 사랑이 조만간 움직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사랑은 변덕쟁이인가 봅니다.


네, 와인과 함께 놀아본 이야기는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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