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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Mar 02. 2022

[식당 일기] 도시락 싸고, 청소하고, 사진 찍고

즐기며 일할 수 있으면 행복



      에그 마요 토핑을 올린 오픈 샌드위치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마지막 테이블 손님을 기다리면서 주방에서 집에 가지고 갈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신학기를 맞아 학교 다니느라 바쁘게 된 아이의 아침으로 주려고 만들었습니다. 요즘 바빠서 쿠팡 표 냉동밥에 냉동 국만 쟁여주었던 게 미안했는데 만회가 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모짜렐라 치즈를 넣어 오븐에 구운 목살 김치 그라탱

식당을 시작하면서 아침 식사를 한 번도 챙겨준 적이 없는데 그래도 알아서 잘 찾아 먹고 씩씩하게 아르바이트하고 학교도 잘 다니며 지난 학기에는 과수석도 차지해서 전액 장학금도 벌어다주었어요. 코로나로 힘든 와중에 큰 선물을 해 준 딸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입니다.


저도 젊어서 그 나이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제 딸을 보면 '저보다 낫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그대로 앞으로도 제 앞길을 잘 헤쳐나가리라 믿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나폴리 김치 목살 그라탱을 만들어서 갖다 줄 생각입니다. (사진 위)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가게에 와서 자주 해주곤 했는데 요즘은 바빠져서 한동안 먹지 못한 메뉴거든요.

수제 그린 페스토를 넣은 그린페스토 슈림프 스파게티

     메뉴 사진을 다시 찍어서 올려보려고 몇 컷 찍어 봤는데 낮에 잠시 흐린 때 찍어서 그런지 색감이 잘 안 나왔어요. 그린 페스토 슈림프 스파게티인데 '그린 그린'한 느낌이 별로 안 나지요? 이건 내일 다시 찍고!

양고기를 구워 올린 그린 커리 포리지

양고기를 구워서 올린 쌀요리, 램 크린 커리 포리지입니다. 젊은 고객층에게 인기 최고인 메뉴예요. 이것도 탱글한 쌀알 느낌이 영 안 살려졌어요. 사람 모델 같으면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가며 모델도 촬영에 협조할 텐데 음식 사진은 제가 모든 일을 다 해야 하니 참 힘이 듭니다.

피노누아 와인이 들어간 프랑스식 소고기 찜, 뵈프 부르기뇽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뵈프 부르기뇽입니다. 탄닌이 풍부한 레드 와인과의 페어링이 정말 좋은 안주 요리입니다. 특히나 까베르네 소비뇽이라든지 모나스트렐 품종의 와인과의 마리아주가 정말 예술이지요.


이번에 새로 시음하게 된 따발리 탈루드와 함께 며칠 전에 페어링 테스트를 해 봤습니다. 오크 숙성 풍미와 검은 과실을 향을 정말 '만끽'할 수 있는 와인이더군요. 소고기와 정말 잘 어울려요.

잠시 쉬는 시간에는 김치 냉장고 서랍 청소를 했습니다. 내용물을 전부 들어내고 소주를 부어 닦고, 마지막으로 데톨을 뿌려 소독을 한 후 다시 차곡차곡 정리를 합니다. 이렇게 해 놓으면 한 일주일은 거뜬합니다.


이제 일 다 마쳤어요.


모자 벗고, 앞치마 걸어두고 그리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집에 가는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이 솜뭉치가 된 듯 몸이 무겁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제가 이 일을 무척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


내일은 뭘 더 연구해야지, 내일은 뭘 더 고쳐봐야지'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으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즐기며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지 최근 들어 더 깊이 느낍니다.


즐기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스트레스도 없이 , 게다가 돈도 아주 많이 따라와 줘서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면 정말 세상 부러울 것 없을 텐데요. 그러나 곧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어?' 하며 피식 웃어봅니다. 퇴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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