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 Muse Jun 08. 2022

[식당 일기]식당 사장의 브레이크 타임 활용법 -2탄

황학동 중고 그릇 시장 순례기

 식당 사장은 남들이 먹을 때 일해야 하고 남들이 노는 날은 더 바쁘게 일을 해야 하기에 잠시 잠깐 쉬는 브레이크 타임을 쪼개어 놀고먹기를 다 하곤 하지요.


맛집도 찾아다니고 관공서나 병원 볼 일도 보고 기분 전환 드라이브에서 쇼핑까지! (그런데 진짜 맛있다는 맛집은 요즘 전부 브레이크 타임을 둬서 제 가게 문 닫고 가면 역시나 못 먹는 일이 다반사요.)

코스 디너의 애피타이저,푸아그라 캐비어 트러플

 사장이 주로 스트레스도 풀 겸 아이쇼핑을 나가는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 황학동 그릇 시장이지요. 며칠 전에도 바람 쐬러 다녀왔습니다.


 젊어서 방송사에 근무할 때는 쉬는 날, 백화점 가서 옷도 사고 네일도 하고 샵에 가서 헤어스타일도 바꾸며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이제는 365일 검은 에이프런에 머리에는 부직포 망을 뒤집어  쓰고 있으니 옷 욕심도 없어졌어요. 네일은 뭐 말할 것도 없고.... 돈 들어갈 일은 줄었습니다만.

코스 요리의 애피타이저를 올리기 좋은 대접시

 며칠 전 다녀온 황학동 그릇가게입니다. 중고품도 팔고 신품도 팔지만 중고품 중에 보석 같은 물건이 정말 많아요. 신품 같은 퀄리티에 가격은 반값인 데다가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든 맞춤 제작품도 많아 고르는 재미가 대단합니다.

내 맘에 쏙 드는 작은 그릇

손바닥 만한 크기에 오목히 파인 그릇은 디너 코스의 애피타이저 접시로 구입했어요.  맨 위의 사진에서처럼 ' 타르타르'같이 한 입 거리의 요리를 담기에 딱입니다. 아래 보이는 사진의 수프 그릇이랑 전채용 대접시도 몇 개씩 사 왔습니다.

수프 그릇과 티라이트 워머

중고이니만큼 포장도 중고답습니다. 신문지에 둘둘 말고 검봉(검은 비닐봉지)에 담아주지요. 그래도 그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씻고 닦아 찬장에 올릴 때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명품 티팟 세트 같은 건 너무나 근사하긴 하지만 사실 돈만 주면 어디에서나 구입이 가능하기에  보석을 찾아낸 듯한 가슴 설레는 매력적 구매는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저에겐 그렇습니다.


뽀얗게 먼지 입은 그릇들 사이에서 딱 내가 찾던 용도의 그릇을 염가에 발굴해 낼 때의 그 기분이란.... 거의 '심봤다'라고나 할까요.


그런 기쁨도 있고 한편 거의 쓰지 않은 그릇이며 라벨까지 출력해 붙인 소스통들이 나온 걸 보면 '이 물건을 쓰던 사장은 폐업을 하며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하나하나 다 나처럼 설렌 가슴을 안고 골라 담았던 그릇들이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지기도 합니다.

의자며 탁자도 가득합니다. 맞춤 제작도 가능하지요. 맨 오른쪽 철제 탁자를 신품으로 5개 주문해서 오늘 받았습니다. 테라스에 두니 너무 보기 좋네요. 사진은 내일 날 밝으면 찍어 올리구요.

금고,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5시 저녁 장사 오픈에 늦지 않으려 헐레벌떡 오는 길에 금고 가게도 찰칵!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혹시나 깨질세라, 그릇이 가득 든 '검봉'을 끌어안으며  저런 금고 두어 개 사다가 현금으로 꽉 채우고 그 위에 이부자리 펴고 누워 쉬는 날을 그려봅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까짓 하루 종일 식당에서 일하는 피로쯤은 휘파람 휘휘 불며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사장 일기] 와인 디너 콘서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