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흑화 했다.

by 윙글

우리 과 전공 선생님은 대체로 젊은 선생님이 많았는데, 20대 선생님도 여럿 계셨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린 나이다.

거기다 경상도 지역에서 오신 분이 대부분이었다.


20대 여자 선생님이 가느다란 목소리와 경상도 특유의 말투로,

"입 다 물어라!"

"니 왜 그러는데!"

라고 소리치시면 덩치가 산만한 조폭 같은 남자애들도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안쓰러워서.

중년의 남자 담임 선생님한테는 그렇게 대들었으면서 여자 선생님 한테는 그렇지 않았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서인지, 우리는 전공 선생님이 친구처럼 언니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선생님은 늘 친근한 말투와 상냥함을 보여주셨다.

스스럼없이 지내다 못해, 속도 없이 선생님 자취방에 놀러 가기도 하고 사적인 질문을 하기도 했다.

다른 건 기억이 안 나는데 자취방 벽에 있던 포스터는 기억이 난다.

포스터를 검정 우드락 위에 붙여 검정 액자처럼 해놓으셨던...

거길 왜 갔을까? 진짜 속이 없었다...


가끔 눈물을 훔치며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가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아마도 우리가 말썽을 부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른의 잣대로 보면 교실에서 눈물을 보이는 선생님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비난하지 않았다.

선생님도 사람이다.

사람이 울 수도 있지.

우리가 그렇게 말을 안 듣는데...

울지 않게 쪼끔만 더 신경 쓰자.

선생님의 눈물은 아이들 마음을 무르게 만들기도 했다.


그럴 때 잘해야 하는데...

분명 우리가 1학년을 보낼 때만 해도 여린 꽃처럼 상냥한 선생님들이셨는데...


2학년이 되고 첫 수업이 있던 날, 우리는 깜짝 놀랐다.

얼굴은 같은 사람인데, 다른 분이다.

우리가 알던 그 선생님 맞아?


강철이 된 건 여학생들만이 아니었다.

여리고 상냥하기만 하시던 여자 선생님들이 흑화 했다.


선생님의 얼굴에는 표정이 사라져 있었다.

아이라인이 더 두꺼워지신 것도 같다.

손에는 긴 봉이 들려있었고 목소리는 수업 내내 낮게 깔려있었다.

먼저 웃지 않고 농담도 던지지 않았다.


무엇이 선생님을 변하게 만들었을까?

공고에서 살아남기란 선생님들께 많이 혹독한 것이었을까?

이렇게 된 건 우리들 때문인가?

1학년 후배들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서 나름의 전략을 세우신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선생님을 흑화 시킨 범인이 우리들인 것 같아 죄책감도 들었다.


우리가 마냥 즐겁게 학교를 다니는 동안 선생님은 어떤 시간을 보내셨던 것일까?

사회초년생이었던 선생님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이 사라지지 않은 것이기를 바랐다.


커버 사진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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