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에서 보았던 애타는 짝사랑과 가슴 설레는 고백.
고등학교에 오니 만화책에서만 보았던 두근두근 설렘 뽀짝한 장면을 현실에서도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이.
10대의 남자애들은 순수했다.
눈에 보이는 대로 마음에 느껴지는 대로 표출했다.
마음에 든다고 꼬시려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드니 너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순정만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멀리서만 바라보다 친구에게 부탁해 소개팅을 청하기도 하고,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가 인기를 독차지하기도 했다.
마음을 받아 줄 때까지 얼굴 마주칠 때마다 좋아한다 말하는 아이도 있었고, 좋아하는 아이 책상 서랍에 몰래 선물을 넣어놓고 가기도 했다.
고백하기 전까지 몇십 일간 음료수를 날마다 배달하는 경우도 있었고, 시집을 선물하는 후배도 있었다.
친구의 짝사랑을 보다 못한 남자애들이 여자애를 설득해 어색한 영화관 데이트를 주선하기도 하고, 거절당한 것을 인정 못하고 마음을 받아 달라 버티는 아이도 있었다.
교실로 찾아와 고백을 하기도 했고 선배들 여럿이 모여 한 여자아이를 좋아하기도 했다.
팬클럽인 줄...
인형이나 반지를 선물하기도 했는데,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과한 물량공세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실제로 내 친구는 인형과 반지와 삐삐를 한 번에 선물한 남자애를 그 자리에서 걷어차버렸다.
이렇게 풋풋한 짝사랑의 파도와 다양한 고백의 홍수 속에서 거절의 폭풍을 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니, 그들은 커플이 되었다.
커플들은 같이 하교를 하고, 스티커 사진을 찍고, 100일 된 기념으로 반 친구들에게 100원짜리 동전을 받기도 했다.
거리를 다닐 때는 손을 잡고 다녔는데 나는 그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답답한 경우도 있었다.
"축구부 선배가 너한테 관심 있나 봐. 소개해 달라는데?"
"... 나?..."
"응. 학기 초부터 지금까지 우리반 운동장에서 체육 할 때마다 너만 봤다더라고. 어때, 만나볼래?"
말문이 막혔다.
누구를 만나라고?
나는...
아, 답답해...
나는...
뭐라고 말을 해야 돼?
나는......,
너를 좋아한다고! 그래서 관심도 없는 축구 시합을 날마다 구경했던 건데.
이 답답한 놈아!
꺼내지 못한 말은 마음속에서만 외쳐대고 있었다.
그렇다 내 이야기다.
나의 짝사랑은 눈치가 좀 없었다.
내가 고백할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시작되는 연인들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네 커플이 먼저였는지 내가 먼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때는 교환일기를 쓸 때가 아니어서 남은 기록도 없구나.
어쨌든 우리는 1학년때 각자 첫사랑을 겪고 나름의 이별을 겪었다.
토닥토닥...
나도 너도 헤어질 때 참 많이 울었다. 찌질하게...
헤어지고도 전 남친과 같은 교실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렇게 괴로운 일인 줄 몰랐다.
한 공간에 있는 사람을 사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커플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알콩달콩 좋은 시절은 길지 않았다.
대부분은 1년 안에 이별을 맞이했고 헤어진 커플 주변의 친구들은 괜스레 불편해졌다.
물론 졸업할 때까지 장수하는 커플도 더러 있었다.
그 애들은 정말 결혼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아니었지만.
그 시절의 경험이 있기에 나는 지금도 십 대의 사랑을 무시하고 싶지 않다.
태어나 처음으로 고백하던 순간의 터질듯한 심장소리를 기억한다.
순수하고 솔직하고 계산 없는 만남이었다.
커버 사진 출처: pexe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