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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Sep 16. 2020

Hello의 의미에 관하여

세번째 이야기


“Hello!” 





매일 걸려오던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으면 듣는 첫 말이었다. 전화를 내가 받든, 동생이 받든 언제든 처음 듣는 말은 기운차게 외치는 “Hello”였다. 매일 10분 남짓 하는 전화 영어였다. 물론 첫마디만 영어였지만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건 그 짧은 한 마디다. 



할아버지는 70이 넘었고, 나는 10살을 겨우 넘겼을 때다. 자식 영어 교육의 열풍은 70대의 할아버지도 빗겨갈 수 없었다. 영어와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았을 할아버지는 항상 영어로 안부를 물었다. 그것도 매일. 당신께서는 영어를 모르지만 손주들만큼은 꼭 영어를 잘하는 이 시대의 인재가 되길 바라셨던 것 같다.


서로를 안고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의 딸과 옛 추억을 떠올렸다. 내가 어렸을 적에 우리 집은 상황이 그닥 좋지는 않았다. 부모님은 물심양면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물론 나와 내 동생은 그런 상황을 전혀 몰랐다. 우리가 알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했다. 



할아버지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당신의 딸이 잘 살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일 우리에게 전화를 하셨다고 한다. 나와 내 동생보다, 사실은 당신의 딸의 안녕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렇게 외쳤던 “Hello”는 생각보다 더 따뜻한 말이었다. 할아버지의 인사말 또한 내가 알기에는 너무 복잡한 말이었다. 지금도 가끔은 그 복잡한 말이 귓가에 울려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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