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번째 이야기
“좋은 건축은 어떤 건가요?”
“음…”
“그럼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음…”
그렇게 짧은 대화가 굵게 끝났다.
어떤 건축물을 보면 완벽함이 강하게 느껴진다. 치밀한 계획 하에 많은 것이 의도되어 있다. 동선과 공간감, 서로 다른 재료가 만나는 방식, 가구와 조명의 위치까지. 인간의 치밀함과 완벽함에 대한 동경이 형상에서 느껴질 때가 있다. 반면 어떤 공간은 어찌 보면 굉장히 어수선해 보인다. 온갖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고, 외장이나 내장의 일부가 나가떨어져 있기도 하다. ‘완벽함’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면 이런 공간은 그 대척점, ‘완벽하지 않음’에 속한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마다 관심이 가는 건축의 모습이 달라진다.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어떤 형상을 만드는 것, 건축적 어휘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 장식적이지만 과하지 않은 것, 다양한 재료와 질감, 계단, 디테일. 그리고 완벽함과 완벽하지 않음. 몇 년 전 좋아했던 건축물의 모습을 보면 뭔가 매끈한 면이 먼저 연상된다. 공간 구성과 비례의 측면에서도 많은 부분 정돈되어 있다. 공간 구성과 비례를 이야기할 때 이는 실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공간감이나 비례 뿐만 아니라 건축가들이 건물을 상상으로 잘라서 만든 평면도와 단면도에서 볼 수 있는 것 또한 포함한다. 그런 완전함을 추구하는 것이 교육의 탓일지, 성향의 탓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현재의 관심사는 매끈한 면에 대한 것은 아니다.
‘Beautiful Mistake’, 아름다운 실수. 실수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실수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건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애정 때문이지 않을까. 인간은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듯하다. 건물에 흠집이 나 있고, 정돈되지 않은 공간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그 속에 사람의 삶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좋은 건축이 무엇일까. 완벽함에 가까운 건축과 그 반대의 건축 모두 좋은 건축이 될 수 있다. 질문이 요하는 답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기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자.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이 또한 어렵다. 다만 사람다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