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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시 Nov 20. 2018

우리집의 불문율

음식 에세이 3 :: 배미음

"내가 대신 아프면 좋겠다."


모든 부모들이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되는 문장일 듯합니다육아를 하면서 아기가 아픈 것처럼 속이 상한 건 없더라고요. 오늘까지 만 15개월 동안 아기를 기르면서 아기가 아팠던 적은 여러 번 있었어요그중 두 번은 감기나머지는 예방 접종 이후의 열로 인한 것이었지요감기에 걸렸을 때엔 곧바로 병원에 갔지만 고열이 처음 났을 때에는 신랑과 작은 실랑이가 있었습니다바로 '해열제때문이었어요.          


첫 폐구균 접종을 한 날이었어요그날 밤가뜩이나 잠을 잘 못자는 아기가 더욱 잠들지 못하더라고요응애평소보다 울음도 컸고요. 아기가 울면 안아서 달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평소처럼 아기를 번쩍 들어 품에 넣었는데요아기가 아니라 찜질팩 한 개를 들어 안은 듯한 기분이었어요얼른 체온계를 아기 귀에 넣으니 39도에 다다른 숫자초보 엄마와 아빠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생각했지요그러던 중 오늘 아침에 맞은 예방주사가 떠올랐어요이것 때문이었구나고열의 원인이 눈을 뜨자 마음이 조금은 놓였지요하지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아기의 체온 앞에서 아빠와 엄마의 의견은 갈렸어요얼른 약을 먹여서 체온을 낮추자는 아빠와 100일도 안 된 아기에게 항생제는 무리일 테니 지금이라도 당장 응급실에 가자는 엄마두 의견이 팽팽히 대립된 가운데에 아기의 열도 높아지고 있었지요. 일단 둘은 하나의 합의점에는 다다랐어요. "체온 먼저 낮춥시다!"          


우선 출산 선물로 받은 육아 서적을 뒤적였어요. 아기 옷을 벗긴 후에 거즈에 물을 적셔서 몸을 닦아주라는 조언우는 마음의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는 사이, 아빠는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담아왔지요울다 지쳐 잠이 든 아기는 자신의 몸에 물이 닿자 또다시 자지러질 듯 울어젖혔어요저와 신랑은 '얼른 열 내리라고 그러는 거야'라고 아기를 어르며 몸을 씻겨나갔지요하지만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체온계의 숫자심지어 새벽 2시에는 39도 2부까지 치솟고 말았어요. 저는 다시 응급실 행을 주장했고, 신랑은 응급실에 가도 접수하고 가는 시간 오는 시간 다 헤아리면 집에서 해열제를 먹이는 게 낫다고 했지요. 시각은 새벽 3시를 향해 달려갈 무렵. 아빠의 의견에 수긍을 한 엄마는 결국 해열제를 아기의 입에 넣었어요밤을 새워 아기를 돌본 지 얼마나 됐을까요아기는 다행히 37도 가량으로 열이 떨어졌고 아침이 밝았어요. 9집 근처 소아과 문이 열기를 기다린 엄마는 아기와 함께 선생님 앞으로 돌진했지요.          


"잘 하셨어요."

"?"

해열제 먹이길 잘 했다는 의사 샘 앞에서 엄마는 아기에게 미안함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어요앞으로 열이 나면 고생시키지 않고 꼭 해열제를 주리라 다짐도 했지요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그래도 이왕이면 약은 안 쓰는 게 좋지 않을까? 특히 항생제 같은 건.'이라는 의구심이 잠자고 있긴 해요저와 같은 엄마들이 많기 때문일까요아기가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 났을 때, 이 과일을 찾는 사람이 많은 건요.



배 미음

    재료 : 불린 쌀 15g 배 30g 물 150g 

    도구 : 믹서, 체, 이유식 냄비

    과정 

        1. 불린 쌀을 믹서에 갈기 (물 100g과 함께)

        2. 1에 배를 함께 갈기

        3. 2를 냄비에 넣기 (믹서에 남은 것들은 물 30g과 함께 씻어서 담기)

        4. 센불에서 끓이기 (물이 끓으면 약불로 줄여 남은 물 20g으로 농도 맞추기)

        5. 4를 체에 거르기 



1월 1일을 기점으로 미음을 시작한 아기. 배 미음을 먹은 시기도 한겨울이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미음을 먹은 후 며칠 후에 곧바로 감기에 걸리고 말았어요. 아빠의 목감기가 아기에게 옮아간 후 마지막으로 엄마에게도 전파된 것이었지요. 하지만 해열제의 교훈을 잊은 어리석은 엄마. 아기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아기가 감기에 걸린 첫 날에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배숙을 해주었는데요. 네, 감기는 결코 떨어져 나가지 않았답니다. 결국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먹으며 일주일 간 고생을 한 다음에야 감기를 떠나보내게 되었어요. 이 사건 이후, 우리집에는 불문율이 생겼어요. 바로 '아프면 병원!, 열이 나면 해열제!'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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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미스터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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