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를 리디자인하고 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로고의 베이직 시스템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예전에 진행했던 자료들을 모두 찾아보고 타 브랜드의 자료도 찾아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다. 그런데 기존 로고의 베이직 시스템 자료를 보니, 그동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아무도 보지 않는 자료란 사실을 깨달았다. 나 역시 이 자료를 디자인하면서 거의 들춰보는 일이 없었다. 타 브랜드의 자료는 우리가 활용하기에는 불필요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나는 무엇보다 언제나 펼쳐보는 진짜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필요하다는 의미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료로 우리만의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를 만들고자 했다.
나는 그런 각오로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를 야심 차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가 활용도 면에서 성공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약 한 달 반 정도의 시간 동안 업무 중간중간 시간을 내어 만들었던 가이드는 배포 직후 디자인팀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른 팀에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특히 마케팅팀에서 디자인팀만큼이나 진지하게 이 가이드를 고려하고 활용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관심 밖인 것 같았다.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에는 변경된 브랜드에 대한 컨셉이 담겨있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이 자주 보고 브랜드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PDF 파일로 처음 배포했던 가이드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여 좀 더 쉬운 접근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찾았던 것이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 가이드라인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는 이미 구글,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우리가 아는 해외 기업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기업의 온라인 기반 브랜드 가이드(Brand Assets)를 참고하여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활용과 이해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함께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디자인 가이드에서 또 한 번 핵심 내용만 골라내어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었다. 적어도 PDF 파일을 열어보는 횟수보다 이 페이지를 들어가 보는 횟수가 많을 것이다. 물론 앞으로 여러 가지 이유로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활용이 되지 못한다면 더더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