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일기 #382
오늘은 COVID-19 동절기 추가 접종일이다.
다신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러니까 3차 백신을 금년 초 1월에 접종 받은 후, 7월말 BA2 변종에 감염된듯 했다. 수 삼일은 힘들었다. 오한과 땀은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큰 파도와 같은 수준이었다. 땀이 침대를 적셨고, 나도 모르게 새벽녁 선잠에서 깨어 확인해보니 상의는 탈의하고 없던 터였다. 더운 여름에 말이지. 무엇보다 힘들었던건 안방에 갇혀 6.5일을 격리되었던 것. 격리 나흘차 부터는 활동이 수월한 상태였지만 방 밖을 나올 순 없었다. 가족을 위해. 안방 안쪽의 화장실과 한 사람 정도 누우면 꽉 찰 공간에서. 저항하듯 엎드리고 눕고 일어나 제자리에서 뛰며 코어 운동을 해댔다. 가볼 필요도 없지만 가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갈 일 없는 사식 받는 감방의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회사에서 보낸 시스템과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아마 벽에다 그림 그리며 실실 웃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다신 걸리고 싶지 않다.
솔직한 심정. 게다가 가족에겐 더이상 영향을 끼쳐서도 안되겠고.
7월말 이후 4개월 하고도 10여일 정도가 흘렀으니 COVID-19 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질때가 되었다.
해서 결국 4차 개량 백신을 맞기로 다짐. 오늘 결행하는 날이다. 헌데, 백신을 맞을땐 깨끗한 컨디션이 중요하겠지?
깨끗한 컨디션 상태라 함은 그냥 음주도, 운동도, 미동의 움직임도 최소화 한 상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좋은 컨디션이라 함은 땀 한방울 짜내어 조금이라도 남은 노폐물을 벗어던지고, 깨끗하게 샤워를 한 상태를 의미한다. 며칠전 했던 음주 역시도 이 땀방울로 모두 쫙 짜내 내보내고 난 상태. 오늘은 그렇게 가야지. 그렇게 접종 받아야지 라는 생각.
여섯 시간 이상을 자고 일어나보니 어제보다 더 추운듯하다. 총총 걸음으로 걸었던 어제의 기억에서 조금더 자유롭고 싶었다. 해서 오늘은 일부 구간 적용할 생각으로 아이젠을 가져간다. 그리고 매우 유용하게 사용했다. 하산할 때 까지 아이젠을 이용해 얼음 구간으로 남은 곳곳을 일부러 터벅터벅 걸었다. 조금이라도 으깨어져 빨리 녹아내리면 다시 오르는 이에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얕은 호기에.
오늘 그렇게 땀을 흘리고 깨끗이 샤워를 한 후, 화이자BA.4/5 2가 개량백신을 맞으러 갔다.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소복소복 내리는 눈이 나쁜 균들을 씻어 내려가 달라는 마음처럼. 그렇게 눈은 내렸고 나는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