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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븐 Jan 17. 2023

끊겨버린 등산로

등산일기 #390 죽현산


어머님과 장보고 일처리 하느라 하루를 보내고.

비가 오는 날 실내 스레드밀 5k 러닝 후 코어운동으로 오전을, 오후는 아이 파자마파티 등살에 쫓겨나 하루를 꼬박 밖(찜질방)에서 보내고 집에 들어와 혼절로 이틀을 보내고.

어제는 하루 종일 차량 수리, 집안 내부 이사, 업무 등으로 하루를 보내고.


다양한 핑곗거리 생활 아이템을 소진하는 바람에 닷새만의 등산. 반성한다.

이렇게 유산소 운동을 멀리해서는 안된다. 지방이 타는 주기는 1.5일. 하루를 건너뛰더라도 이틀째부터는 반드시 유산소가 뒤따라야 한다. 많이 걷기라도 하던가.


해서 오늘은 조금 일찍 올랐다. 몸이 찌뿌둥하다.

걷기에도 좌우 중심 밸런스가 맞지 않는 듯 한 이상한 상황. 이럴 땐 주야장천 걸어야 한다.

그리고 거칠어지는 호흡을 붙잡고 정상 부근에 오르면 드디어 몸은 조금 말랑해진다.

이제야 근육이 풀리고 내 중심 밸런스가 느껴진다. 게다가 이렇게 선한 문구에 함박 미소가 스민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지방을 태우자라고 생각하고 다음 코스를 걷는데 이게 웬 벽!


등산로가 끊겼다.

어째서 이런 일이. 골프장을 끼고 오르는 등산로의 일부는 기업에 팔아재낀 모양이다.

동네 아파트 주민회와 협의를 거쳐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개방한다는 등산로 입구 안내문은 허울이었을 뿐.

거칠다 못해 폭력적이고 협박조 문구가 난무한 장벽을 마주하고 서니 울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어쩌랴. 쥐뿔 없는 놈은 뒤돌아서야지.

그래. 그렇게 자본에 도취해 나무를 베어버리고 흙을 뭉개며 길을 없애 회색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 너희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해보렴. 어쨌거나 너희는 내게 큰 상처를 남겼고, 5분 검색해보니 딸랑 세 명 근무하는 작은 동네 건설 업체에 발주해서 골프장 뒤쪽으로 편의시설 만드느라 이런 짓을 벌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한성컨트리클럽으로 골프 치러 오는 브라더들은 내가 막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내려온다.


해괴망측한 괴물


요즘 꿈자리가 이상하게 맞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노화현상?

간밤의 꿈에선 무슨 좀비인지, 괴물인지 모를 해괴망측한 녀석이 목이 잘려 쓰러진 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모가지가 잘린 의미가 내가 좋아하는 등산로를 떡허니 잘라 막아버린 네놈들의 만행을 의미하는 거였구나.


내 꼭 기억하리라.

골프장운영은 한성관광개발과 한성홀딩스가, 골프장 내 자치기 하다 뭐 좀 먹는 건 한성상오개발, 골프장 운영 실무 자체는 스피어 엔터프라이즈가 하도록 법인 분할을 해두고, 잘도 매출과 세금의 줄타기를 하고 있겠지. 내 꼭 기억하마. 너희들의 만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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