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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믿고 싶은 걸 믿는다

- 이꽃님의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고

by 고전파

이꽃님 작가는 『죽이고 싶은 아이 1,2』로 스타덤에 오른 작가이다. 또한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등을 펴냈고,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통해서는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내가 없던 어느 밤에』를 발표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이꽃님 죽이고 싶은 아이.jpg 이꽃님, 『죽이고 싶은 아이』, 우리학교



이꽃님 작가의 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었다.

청소년 소설이란 장르가 내가 청소년 시절에도 있었는가 떠올려보면, 그때에도 주인공이 학생인 소설이 제법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 라자』나 전동조 작가의 『묵향』, 그리고 임무성 작가의 『황제의 검』 같은 작품을 읽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정작 청소년 소설을 읽어야 할 시기에는 읽지 않고 뒤늦게 청소년 소설을 뒤적여봤다.


뒤늦게 청소년 소설이란 장르에 호기심을 갖게 된 건 최근에 읽은 기사 때문이다.






백은별이라는 고등학생 작가가 최근 1억원을 기부하면서 최연소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되었다는 기사였다. 중학생 때 데뷔작인 『시한부』를 썼다는 건 유명해서 알고 있었는데, 그 책으로 이 정도의 기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세를 많이 받았다는 게 신기했다. (천박하게도, 금전적인 이유로 호기심이 생긴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백은별 시한부.jpg 백은별, 『시한부』, 바른북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요즘 아이들이 책을 그렇게 안 읽는다는데, 요즘 아이들이 주소비자인 청소년 소설이 그렇게 많이 팔린다고?' 같은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건 우리가 흔히 아는 세계 명작, 현대 소설 이런 분야이고 사실 자신들의 관심사를 다룬 '청소년 소설'은 많이 읽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짐작에서부터 청소년 소설을 조금 알아봤다. 추후에 백은별 작가의 책도 읽을 생각이지만, 우선은 지금 제일 핫한 청소년 소설 작가인 이꽃님 작가의 『죽이고 싶은 아이』부터 읽어보게 되었다.













이꽃님 작가는 『죽이고 싶은 아이 1,2』로 스타덤에 오른 작가이다. 또한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등을 펴냈고,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통해서는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내가 없던 어느 밤에』를 발표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여고생 '서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주연'이 서은을 살해한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소설은 다양한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범죄 수사물의 틀을 가져온 이 작품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지는 듯하면서도 다시 멀어지게 만들어 내내 뒷장이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자 결말이 어쩐지 씁쓸하게 다가왔다. 읽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는 다소 맥이 빠지는 결말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진짜 우리의 삶 역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를테면, 『죽이고 싶은 아이』가 폭로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은 믿을 만한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뼈아픈 진실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내내 교차되는 다양한 시선들은 하나의 사건을 보고 말하고 있지만, 각각 처한 위치와 입장, 시각에 따라서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작중 주인공인 주연도 그러한 해석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를 의심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결말에서 드러나는 진상을 통해 우리는 진실이란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불쾌하게 상기하게 된다. 아무리 억울함을 토로한다고 해도 결국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점 역시도.


다만 소설은 대체로 예방 접종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되겠다.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우리가 믿는 것이 정말로 믿을 만한 것이어서 믿는지, 아니면 단지 믿고 싶어서 믿는 것인지를 되돌아 보고 스스로를 점검해야만 한다는 걸 깨닫길 바라는 게 작가의 진심 아니었을까.


작년에 『죽이고 싶은 아이 2』가 발간되었던데 근시일 내에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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