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올레길에서
2005년도 봄, 오후와 저녁 사이 시간에 6 올레길의 일부 구간을 걸었다.
이 구간은 6 올레길 코스에서 '바당길'로 소개되고 있다.
이 길을 걸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던 것은 제주의 바다는 각각의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의 '삼양 검은 모래 해변'의 바다는 푸른빛 바다에 주변이 검은색 모래로 덮여있어서 분위기가 특이하고, '함덕의 해변'은 선명한 에메랄드빛 푸른색 바다와 백사장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서귀포 쪽 바다'는 푸른빛 바다로 소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함덕의 느낌과는 또 다르다. 같은 제주도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각각의 해변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다채로운 자연의 매력이 다시 제주를 찾고 싶은 이유가 될 때도 있다.
상황에 딱 맞는 비유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매력을 가진 사람을 만난 후의 생각도 비슷하다. 많은 것에 달란트를 받은 사람들의 매력은 그 사람에게서 배우고 싶은 구석을 찾게 한다.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우면서 깨닫게 되는 점을 찾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이라도 성장해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만남이 지속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꼭 타인에게서 찾지 않아도 다양한 관심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료할 수 있는 일상에 단비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날은 평범하고 수수한 바닷가 식당과 길가 풍경 사이사이에 피어있었던 동백들이 올레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시선을 잡았다.
걷던 길에 있었던 가장자리 녹이 슨 이정표와 닮은 ‘쉼터’는 말 그대로 쉬어 가기 좋은 장소였다.
쉼터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는 분명 파도를 타고 있었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어지럽히지는 않았다. 그저 낯선 곳에서 보낸 한 순간의 부분이었을 뿐.
다시 돌아오던 길에는 석양이 내려앉았고 가던 길에 보았었던 돌하르방은 여전히 무심히 웃고 있었으며
석양빛을 입은 현무암들은 또 다른 그림이 되어있었다. 내 눈은 아름다운 그림을 놓칠세라 펼쳐진 광경을 앞에 두고 눈을 떼지 않았다.
매번의 여행은 채움과 비움의 연속이다. 이곳에서 나는 바다에 두고 오고 싶었던 것을 묻어두고 올 수 있었다.
/겨울꽃 김선혜
회색과 푸른색 중간 빛 바다
검은 현무암, 힘찬 파도
넓고 따뜻한 가슴
부드럽지만 강한 아버지의 이미지
저무는 태양아래
무심하게 서있던 돌하르방을 뒤로한 채
그래야 한다는 말대신
그러고 싶다는 말을 바다에 묻어두고
돌아오는 길 석양이 건네는 안부에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돌아왔던
그 봄, 그 바다.
제주 6 올레길의 코스는 쇠소깍 다리를 출발하여 서귀포 시내를 통과, 이중섭거리를 거쳐 제주올레 여행자센터까지 이어지는 해안, 도심 올레다. 해안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금막과 삶과 문화가 숨 쉬는 서귀포 시내를 걸으며 서귀포의 문화와 생태를 접할 수 있다. 6코스의 명소라고 꼽기에 손색없는 서귀포 칼호텔 바당길과 허니문하우스 전망대 길에서 푸른 바다의 파노라마를 즐기면 더할 나위 없다. - Jeju o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