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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담, 시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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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이 Dec 16. 2023

창백한 여자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발치에 

머리가 짧은 여자가 서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팔다리가 창백했다. 


내 발을 삼키려는 듯 

그렇게 

부족한 생기를 채우려는 듯 서서

가만히


두 팔이 

서서히

길어졌다. 


깨어나야 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저 여자에게 발을 빼앗길 거야 

몸을 움직이려 하자 별안간 

여자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도마...ㅇ... 쳐... 어...


이번엔

긴 혀가

내려온다.


도...뭬...어...얽...


차가운 촉감이 와서 닿는다. 

순간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 

창백한

나의 얼굴이 있다. 


거울로 달려가 길게 늘어진 혀를 마구마구 집어넣었지만

여전히 혀는 길어져 바닥을 훑는다. 

거울 속 나는 점점 창백해진다. 

눈앞에 있던 창백한 여자가 

혀를 늘어뜨리고 다가온다.

우리의 얼굴이 같은 것 처럼

혀들도 제 짝을 찾기라도 한 듯

움찔움찔 바닥을 헤집는다.


이건 꿈이야 제발 깨어나 제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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