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눈을 떠 보니
발치에
머리가 짧은 여자가 서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팔다리가 창백했다.
내 발을 삼키려는 듯
그렇게
부족한 생기를 채우려는 듯 서서
가만히
두 팔이
서서히
길어졌다.
깨어나야 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저 여자에게 발을 빼앗길 거야
몸을 움직이려 하자 별안간
여자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도마...ㅇ... 쳐... 어...
이번엔
긴 혀가
내려온다.
도...뭬...어...얽...
차가운 촉감이 와서 닿는다.
순간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
창백한
나의 얼굴이 있다.
거울로 달려가 길게 늘어진 혀를 마구마구 집어넣었지만
여전히 혀는 길어져 바닥을 훑는다.
거울 속 나는 점점 창백해진다.
눈앞에 있던 창백한 여자가
혀를 늘어뜨리고 다가온다.
우리의 얼굴이 같은 것 처럼
혀들도 제 짝을 찾기라도 한 듯
움찔움찔 바닥을 헤집는다.
이건 꿈이야 제발 깨어나 제발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