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기

지친 몸보다 뜨거운 건 아직 조금 남은 열정이었다

by 한승표

"너무 친절하게, 열심히 안 해줘도 돼. 너 지친다."


최근에 만기*퇴사한 형의 조언이 자꾸 생각난다.

이 말이 떠올랐다는 건, 이미 내가 지쳐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만기* 퇴사 : 2년 이상 초과 근무 시 법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하기에, 이를 막기 위해 제가 일하던 놀이공원에서는 23개월(현재는 20개월) 근무하게 되면 퇴사해야 하며 이를 만기 퇴사라고 부릅니다.


예전에 독서모임에서 같은 직장에서 10년 넘게 일하시던 분들을 봤다.

그땐 그저 대단하다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게 얼마나 지치는 일인지 알 것 같다.


놀이공원에서 일한 지 아직 반년도 안 됐는데,

과하다 못해 넘치던 의욕이 나를 이렇게 쉽게 지치게 할 줄은 몰랐다.

그 형의 말을 흘려들었던 내가 미워질 정도로.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어디까지 친절해야 할까?

어디까지 다가가야 하고, 어디까지 나를 불태워야 할까?


친절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일이다.

무표정이 기본값이던 내가 어느새 '웃상'이라는 말을 듣게 됐을 만큼,

이곳에서 참 많이 노력했다.


내 앞에 손님 한 분 한 분은

대부분 다시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다.

내 페이스를 조절하겠다는 이유 하나로

그들의 소중한 순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분명 지치는 날이 오겠지.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그 시작일 수도 있다.

그래도 미련이 남지 않도록

지금은 조금 더 불태우고 싶다.


지친 게 티 날 수도 있겠지.

그래도 괜찮다.


이 객기가,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