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원 1
며칠 전 상황.
띠리리.... 전화가 울렸다.
딸깍.
"여보세요?"
"네, ㅇㅇㅇ 선생님이시죠? 학원 구하셨어요?"
대뜸 소개도 없이 구직 중인지부터 묻는다.
"아뇨 아직이요. 어디시죠?"
조심스럽게 재차 학원명을 물어봤다.
"ㅇㅇ역 근처에 있는 학원이에요."
학원 이름을 묻는데, 은근히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다.
"아.. 네. 학원 이름이..?"라고 물으니, 목소리가 퉁명스럽게 변한다.
"ㅇㅇ학원이라고 검색하시면 나와요"
"ㅇㅇ학원이요?"라고 재차 물으니,
"뭐 이름 있는 데를 찾으시는 거예요? 큰 학원 찾으시는 거예요? "라며 다소 짜증을 섞인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니, 일단 이름을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라고 얘기하니,
뻘쭘한 듯 "허허" 거리고 만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밝히고, 용건을 말하는 게 순서이자 상식으로 알고 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과 일을 시작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대화 도중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가며, '우리 학원은 이렇게 작은데, 올 거야? 안 올 거지?'라는 태도를 견지했다. 작은 학원에 대한 자격지심이 크게 있는 듯했다.
나는 관심도 없는 학원에 대한 얘기를 주구장창 듣다가,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어, 페이를 물었다.
"그래서 페이가 어떻게 되나요?"
"얼마 원하시는데요?"
"ㅇ백이요"
꽤 세게 말하니, 순간 정적이 흘렀다.
"전 학원에서도 그렇게 받으셨어요?"
"그건 알려드릴 수 없고요...."
"그렇게는 맞춰드릴 수가 없어요" 라며 칼같이 말을 끊는다.
더 웃긴 점은, 한 달 뒤 이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구인사이트)보고 연락드렸어요"
"저번에 통화하셨잖아요"
"엥? 내가 전화를 했었나? 어디보자..(서류를 뒤적이듯이)..."
본인이 연락을 했던 사람인지 아닌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무작정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는 모양이다. 데스크에 온갖 서류더미들이 널브러져 있는 채, 두서없이 일을 하는 모습이 안 봐도 비디오다.
기본 예의와 상식을 갖추지 못한 자들이 의외로 많다. 자격조건 없이, 학원을 개나 소나 차릴 수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바닥에 인격에 결함이 있는 인간들이 많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대화 몇 마디로 이런 인간을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 학원 2
이번 학원도 채용사이트를 통해 연락이 왔다. 대화는 괜찮았고, 원장이 꽤나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면접일을 잡고, 찾아갔다. 시강을 한 후, 원장은 잠깐 담배 좀 피자고 했다. 나는 담배를 피지 않지만, 따라갔다. 항상 피는 곳이 있는 듯이 익숙하게 그 자리로 향했다. 그곳엔 놀랍게도 '금연구역'이라고 크게 붙여있는 스티커 앞이었다. 금지스티커는 알바 아니라는 듯, 그 자리에서 원장은 담배를 연이어 3~4개를 피워댔고, 중간중간 아무렇지 않게 다 핀 담배꽁초를 도보에다 휙 버리는 모습을 보니, 황당 그 자체였다.
또한, 코로나 4단계이면, 보통 평당 학생수를 계산하여 그 이상 수강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거나, 온라인수업으로 전환하는데, 그런 점에대해 물으니, 10시 영업제한을 넘어서 몰래 오피스텔에서 하거나, 그런 규정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고 너무나 쉽게 말했다.
작은 디테일에서 모든 면이 묻어난다. 그래서 나는 항상 상대가 긴장이 풀려 습관적으로 나오는 사소한 행동으로 상대를 파악하는 편인데, 이런 점들이 쌓여 결국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을 완성한다. 그런 사소한 것들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과연 나와의 약속 혹은 계약내용을 충실히 이행할까? 라는 점에 대해 생각해보니, 결론은 물음표였다. 서로간에 신뢰가 제일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그 학원은 좀 아닌것 같아, 결국 제안을 거절하고 말았다.
| 학원 3
보통 중간, 기말고사 시즌을 중심으로 강사이동이 활발해진다. 9월말도 그런 기간 중 하나였고, 채용사이트를 통해 면접 제안이 하나 들어왔다. (내가 지원하지 않고,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이 학원은 이름은 알려진 프랜차이즈였는데, 다른 지점에서 면접때 불쾌했던 경험이 있어, 그다지 이미지는 좋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점이 달라, '여기는 다르겠지'하는 생각이 들어, 면접을 잡았다.
도착하자마자, 대화도 없이, 우선 시강을 하자고 하여, 대략 40분간 수1, 수2, 수학 상하를 설명하였는데, 한 눈에 봐도, 경력이 나보다는 좀 적은 (채용권한이 없는)선생들 3명이 들어와 있었다. 이상한 건, 채용권한이 있는 원장이 그 자리에 없었다는 점이었다. 여튼 시강을 마치고, 그제서야 원장을 만났는데, 대뜸 묻는 말이, 어떤 스타일의 학원을 원하는지였다. 내 스타일과 학원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사에게 자율성을 주는 학원을 원한다고 말했더니, 이 학원은 그런 점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인은 '강사에게 자율성과 책임을 모두 주는 학원을 원한다'고 이력서에 명확히 기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내용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다짜고짜 무려 40분의 시강을 시켜놓고는 학원 스타일이 맞지 않다니?!! 페이도 분명 전화상으로 어느정도 범위를 확인했으나, 그 정도는 줄 수 없다는 말을 하니,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돌이켜보면, 애초부터 시강을 먼저 시켜놓고, 그것에서 트집을 잡아, 그 정도는 줄 수 없다는 일종의 페이를 깎기 위한 개수작이었다. 어차피 그런 대형 프랜차이즈는 비싸고 좋은 선생을 쓰기보다, 그 값으로 2~3명의 다른 신입을 싸게 부려먹고 내뱉는 것이 주된 수작작이기에, 왠만하면 눈을 안 주는데, 오랜만에 바람도 쐴 겸, 시강도 할 겸 갔지만, 불쾌한 건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