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뒷간 바로 옆에는 돼지우리가 있다.
똥냄새 풀풀 나는 곳에 왜 돼지를 가둬 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돼지가 똥냄새를 좋아하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오늘 아침 둘째를 업고 요강을 비우러 뒷간에 갔는데, 오늘따라 이놈의 돼지가 더 미쳐 날뛴다.
큰일을 볼 때마다 나무 판때기 사이로 코를 들이밀며 벅벅 긁어대는 통해 없던 변비도 생길 지경인데, 오늘은 꿀꿀거리며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는 바람에 얌전히 등에 업혀 자고 있던 둘째가 겁에 질려 자지러졌다.
아직 식전이라 먹으라고 줄 것도 없는데 그냥 요강에 있는 똥오줌을 줄 걸 그랬나.
그런데 시엄니는 이 돼지를 언제 잡아먹으려고 키우시는 걸까.
내가 아들을 낳으면 돼지를 잡으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