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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둔함을 경계하며

by 어진 마음의 시선

오래 전 양돈 연구소에 방문해

돼지에게 주사를 놓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아직 기억하고 있다.


연구원은 그림처럼

돼지의 코에만 줄을 걸어 나무에 묶어 놓는다.

그러면 돼지는 빠져 나가고 싶은 마음에

죽어라 앞으로만 돌진한다.

한 발만 물러서면 되는데,

그 생각을 못 해서

돼지는 꼼짝없이 붙잡힌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면 연구원은

유유히 필요한 연구와 접종을 마치는 것이었다.


살면서 간혹 그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맹목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한 발만 물러서면 되는 쉬운 해결책을 외면하고 있지 않은지,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아둔하게 견디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삶에는 나아가야 할 때도 있지만, 물러서야 할 때도 있다.

그 물러설 때를 아는 슬기를 배우느라

우리는 오늘도 무수히 넘어지고 일어선다.




* 아둔하다 : 슬기롭지 못하고 둔하다.

* 슬기 : 사리를 바르게 분별하여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방도를 생각해내는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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