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호흡을 터뜨리던 순간, 나의 시작을 지켜주었던 사람들에서부터 마지막 호흡의 순간, 나의 마지막을 지켜봐 줄 누군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진다. 기억에 남아 있건, 남지 않았건 그들은 모두 나의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떠나갔거나 떠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 단 한 시도 떠나지 않고 내 곁을 지켜주는 이가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나와 잘 지낼 수 있으면, 곁에 힘을 주는 다른 이가 없어도 삶의 시간은 편안하고 즐겁다. 하지만 나와 잘 지낼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 곁에 있어도 삶이 기쁠 수 없다. 그런데도 많은 우리가 나와 잘 지내지 못한다.
삶이 힘겨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은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데서 오는 어려움일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우울함에 빠지지 않고 용기를 낼 수 있다면 현실이 어려워도 삶이 지금처럼 힘겹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만 내 편이 되어 준다면 그보다 든든한 버팀목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의 마음이 그렇지 못하다. 곧잘 흔들리고 상처 입는다. 20년 전, 나도 그랬다. 물론 노력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힘겹게 일으켜 세웠다가도 마음은 스치는 말 한마디에 바스라져 한없이 가라앉아 버리곤 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왜 내 마음은 다른 사람의 마음과 다를까. 내 마음은 왜 이리 약하고 쉽게 흔들릴까.
공부를 시작했다.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면 원리를 이용해 마음을 바꾸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탐구의 여정에서 내가 알게된 것은 오히려 우리의 무지(無知)였다. 인류는 아직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고, 그것이 있음을 아는 마음, 그런데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음이 어디에 있든, 어떻게 작동하든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 여기는 것 같았다. 원리를 몰라도 살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사실 살면서 겪는 많은 어려움이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데서 온다. 다른 사람은 가지고 있는 단단한 의지를 나는 가질 수 없다거나, 남들은 잘 참아내는 분노를 나는 참기 어렵다거나,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인간 관계를 나는 잘 해내기 어렵다거나 하는 마음의 차이야말로 삶을 제한하는 근본적인 제약이다. 그러니 마음의 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처한 삶의 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매우 유용하고 실용적인 지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마음의 비밀을 풀지 못한 것은 그것이 그만큼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난이도가 아니라 절실함과 해결 의지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류는 유사 이래로 마음에 관해 수많은 지혜를 쌓아 왔다. 절실히 찾아보면 마음도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이미 많은 전문가가 정신적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직접 문제를 겪어 본 나의 경험으로 볼 때, 마음에 관한 접근은 아직 너무 원론적이었다.
예를 들어, 많은 전문가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고, 자존감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막상 문제를 겪어 본 나의 입장에서 그것은 건강해지라는 말과 다를 것이 없었다. 나에게 절실한 문제는 남들에겐 쉬운 긍정이 왜 나에게는 쉽지 않은지, 애써 자존감을 가지려 노력했다가도 그 마음은 왜 그토록 쉽게 무너져 버리는지와 같은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누구도 답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이 무엇이고 환경은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지를 스스로 공부하고 체험하며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건강한 생활습관 없이 병원에만 의존해서는 건강할 수 없듯이 마음도 스스로 원리를 알지 못하는 한,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단백질 부족이 어떻게 몸에 영향을 주는지 설명하듯, 무엇이 마음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관한 상세한 원리를 적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음도 노력하지 않고는 건강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운동이나 영양소 같은 요인이 어떻게 몸에 작용하는지 알면 몸에 좋은 것을 해보려는 의지가 강해지는 것처럼, 어떻게 해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알면 편안한 마음을 향해 가려는 의지도 강해진다. 그것은 의지 이전에 ‘앎’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이제 그만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마음 때문에 고통받지 말고, 저마다 삶의 의미를 꽃피우며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간 공부하고 익혀온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