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울증 해결에 필요한 단 한 가지, 힘

3장. 우울증과 에너지 - 2

by 어진 식 관점


만약 요술램프 지니가 나타나서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겠다고 하면 당신은 어떤 소원을 말할까. 평생 일하지 않을 경제적 여유? 질병과 노화로부터의 해방? 무엇일까.


나는 ‘힘’을 달라고 할 것 같다. ‘힘’이야말로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가장 근원적인 자원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몸이 깃털처럼 가볍고 힘이 넘친다면, 마음에 생기가 가득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넘친다면, 그 삶이 불행하거나 우울할 수 있을까?


우리가 불행을 느끼는 순간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몸이 원하는 만큼 움직여 주지 않거나, 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현실의 벽이 너무 두터워서 노력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다.


한마디로 상황이 요구하는 에너지가 내가 가진 에너지보다 커서, 존재가 압도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좌절을 느낀다. 이렇게 보면, 행복도 결국 ‘에너지와 힘’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먼저 우울증과 에너지의 관계에서부터 마음 문제 해결에 나서보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개 정신적 문제는 한 가지 증상이 아니라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도 우울감, 흥미 상실, 피로와 에너지 부족,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자살 충동 등을 느낀다. 그 영향이 육체 뿐 아니라 감정과 사고 영역까지 존재의 전 영역에 뻗어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콧물, 발열 등 수많은 감기 증상이 '바이러스'라는 한 가지 원인에 의해 시작되는 것처럼, 나는 다양한 정신적 문제가 실은 한 가지 원인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무기력'이다. 그리고 무기력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기력이 없다는 말(無氣力), 즉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상에서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주변 사람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공간이 어질러져 있거나 몸을 돌보는 일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또 외부 세계에 흥미를 잃거나 자극에 대한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등의 특징도 보인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곧잘 가족도 도움을 주기보다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하다는 질책을 퍼붓게 된다. 하지만 막상 우울한 사람은 주변 풍경에 시선을 둘 힘마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청소를 하려면 먼저 어질러진 풍경이 눈에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그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마음은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겨울 만큼 무기력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눈을 뜨고 있는데 어떻게 어질러진 방이 보이지 않을 수 있냐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보았던 풍경 중에 몇 가지가 기억에 남아 있는지 생각해 보자. 오늘 내가 마주쳤을 수많은 풍경 중 과연 몇 장면이나 기억에 남아 있는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나의 눈이 보았던 그 많던 풍경은 어디로 갔는가. 왜 마음에 남지 않고 사라졌을까.


이 사소한 관찰은 세계가 외부에 존재한다고 그것이 내 안에 들여지는 것은 아님을 의미한다. 내 마음이 애써 들여오지 않으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니 외부 세계가 빛을 반사해 망막에 맺히고, 망막이 뇌에 신호를 전달하면 저절로 세계가 의식된다는 식의 설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세계를 마음 안에 들여놓을 힘이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렇게까지 무기력해진 것일까? 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그것이 몸이 아님은 분명하다. 물론 몸의 활력도 마음에 영향을 주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어제까지 활기에 넘치다가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중요한 시험에 불합격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우리 마음은 곧잘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니 말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던 시인의 말대로 우리의 마음은 매일 흔들리고 일렁인다. 하지만 그 일렁임 속에서도 우리는 자신을 지켜내고 삶을 일구어 간다. 곧은 줄기, 나를 지키는 마음의 힘을 키워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중에서


그런데 그 흔들림이 어떤 사람에게는 줄기를 곧게 세우는 힘이 되지 못하고 그저 흔들리는 고통만을 남기거나 아예 뿌리째 뽑히는 불운으로 이어진다. 왜 그럴까?


우리가 정말로 그들을 돕고 싶다면, 먼저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즉, 수많은 흔들림 속에서도 지켜지고 오히려 강해지는 그 '나'가 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힘을 잃는 나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그 '나'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힘도 기르고, 에너지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 짧은 요약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은 마음의 힘을 찾는 것이다. 마음에 힘이 있으면 현실이 어려워도 행복할 수 있지만, 힘이 없으면 환경이 좋아도 우울하고 고통스러워진다.
keyword
이전 09화왜 나는 쉽게 우울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