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우울증과 에너지 -4
우리가 도서관 하나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숱한 책을 가지고 있는데도 내가 어디에 있고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인간이 눈에 보이는 구조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구조까지를 포함한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지구가 눈에 보이는 지표층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대기권과 성층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과 같다.
지금 지표층을 따라 여행한다고 해 보자.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식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 구석구석을 탐험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비한 구조를 지닌 동식물까지 모두 찾아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이유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하늘에 올라 구름과 번개와 바람 같은 더 근원적인 환경을 관찰했을 때 비로소 밝혀진다. 마음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근대 이후 관심을 기울여 온 육체는 인간의 지표층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수평적인 여행을 통해 우리는 물질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더 근원적인 차원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 지식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지구를 이해하기 위해 높이로의 수직적 탐험이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 대한 이해도 존재의 보이지 않는 차원까지가 해명되어야 비로소 온전해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수직적 차원으로의 탐구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누구나 볼 수 있는 물질계와 달리, 보이지 않는 차원은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여행이 가능하다. 중력장을 거스르는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많은 사람이 이미 그 세계로 향하려는 노력을 이어왔고, 덕분에 많은 증언이 남아있다. 우리에게 지금도 남아 있는 명상, 참선, 수행 등의 전통이 바로 이 '수직적 차원'을 탐험하려는 노력이었다. 내가 새로운 마음 모형을 제안할 수 있는 것도, 그 여행을 통해 직접 경험한 것과 다른 사람이 남겨놓은 여행담을 두루 참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제안할 새로운 존재 모형은 단순히 이론적 가설을 위한 개념적 구분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찾은 존재의 물리적 구분을 반영한다. 즉, 실재하는 우리의 존재 구조에 관한 이야기다.
그간 우리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우리 존재가 여러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각 학문 영역도 각기 다른 차원을 바라보며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해 왔고, 이로 인해 마음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노력도 점점 더 혼란스러운 것이 되어 왔다.
그간 우리의 노력은 마치 3차원 입체를 그 그림자로 나타난 2차원 문양으로 이해하려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예를 들어, 3차원 육면체의 구조를 그림자로 밝히려 한다고 해 보자.
육면체의 그림자는 직사각형, 정사각형, 육각형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를 두고 진실을 다투면 끝없는 논쟁이 이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노력이 그러했다. 하지만 이 모두를 통합할 수 있는 온전한 진실은 한 차원 더 높이 올라가 육면체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우리가 앞으로 살펴보려는 존재 구조는 바로 이러한 노력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제 자리에 놓아서 버릴 것은 버리고 더할 것은 더하려는 노력, 그를 통해 소모적 논쟁 대신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 모두의 힘이 모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하는 우리 존재에 관한 이야기다.
※ 짧은 요약
인간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인간이 다차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과 각 차원 간의 관계가 해명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