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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의지가 시작되는 곳

4장. 정신의 구조 - 1

by 어진 식 관점


'나'는 어디에 있는지 찾기 전에 먼저 마음의 구조부터 살펴 보자. 몸과 마음은 늘 함께 작용하지만, 그럼에도 매우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똑같은 에너지도 몸의 기력은 활력(活力, 생명력), 마음의 기력은 의욕(意欲)이라 불린다. 특히 우울증은 의욕의 부재를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먼저 마음의 구조를 이해해야 올바른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마음은 컴퓨터 밖에 있다



우리 시대에 널리 통용되는 존재론은 인간의 정신 구조와 기능이 모두 뇌에 있다고 설명한다. 감각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 그것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과정, 나아가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도 모두 뇌에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인간을 컴퓨터에 빗대 생각해 본다면, 이 모형이 중요한 요소를 한 가지 빠뜨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컴퓨터 밖에서 컴퓨터를 제어하는 인간의 역할이다. 아무리 컴퓨터가 켜져 있어도, 인간이 활용하지 않으면 컴퓨터도 다른 물체와 다를 것이 없다. 컴퓨터로 음악을 재생할지 그림을 띄울지 결정하는 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인간이다. 컴퓨터를 고치고 개선하는 것도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 시스템 내부가 아니라 외부, 즉 현실 세계에 있다.


현실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컴퓨터가 현실 세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또 컴퓨터를 활용할 때, 우리가 내부 구조를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 수리를 의뢰하고, 그 때 잠시 복잡한 내부 구조가 있음을 슬쩍 구경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정신 구조를 밝히려는 노력도 '뇌'만이 아니라 뇌 바깥으로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컴퓨터 시스템을 움직이는 의지는 컴퓨터와 다른 차원에 있다. 같은 이유로 나는 ‘의식’이 '뇌'와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의식이 나의 뇌를 움직이는 내 의지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의 경험을 관찰해 보자. 나는 내 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세포 하나하나를 통제하지도 못하고, 장기조차 내 뜻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것은 몸과 뇌가 하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내 의지로 그 구조를 활용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 팔을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팔을 움직이고, 식사량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해 식욕을 억제할 수도 있다. 그것은 몸이 아니라 주로 마음, 의식이 하는 일이다. 그러니 컴퓨터 밖에 인간이 존재하듯이, 의식이 뇌 밖에 존재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밝히는 것은 마음 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하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누구는 문제를 극복하고, 누구는 환경에 좌초되는 차이가 의지의 차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뇌'는 이에 대해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많은 학자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존재한다는 믿음이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현상적으로 경험하는 엄연한 현실을 부정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없애 버리는 방법에 불과하다.


'뇌'만으로 정신을 설명하면 인간은 환경에 온전히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의지를 발휘하는 또 다른 마음의 기관이 있다. 이 장에서 주목하려는 것도 바로 그 '의지의 발원처인 의식'이다.



※ 짧은 요약

인간이 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뇌'를 제어할 수 있는 '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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