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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진 아줌마 Feb 04. 2024

1-4. 다층적 세계, 그리고 인간



인간은 세계와 얽혀있다. 그래서 인간을 이해하려면 먼저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가 왼편 그림과 같다고 생각한다. 즉, 빈 공간이 있고 그 안에 견고한 물체와 생명체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세계라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물리학이 밝힌 세계는 오히려 오른쪽 그림에 가깝다.


물리학의 발견에 의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어느 한 곳, 빈 곳이 없다. 공간은 온갖 미세 입자들로 꽉 차 있고, 그 입자들은 매 순간 진동하며 들끓음의 필드(field, 장場)를 만들어낸다. 말하자면 세계는 시선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매직아이와 같은 곳일 것이다.


시선의 초점을 조정하면 '1997'이라는 글자를 볼 수 있는 매직아이


실제로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Jill Bolt Taylor) 박사는 뇌졸중으로 좌뇌의 기능이 사라지면서 우뇌만으로 세계를 지각하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그런데 좌뇌가 완전히 침묵하는 순간, 더 이상 몸과 세계의 경계를 분간할 수 없었다고 증언한다. 팔의 분자가 벽의 원자나 분자와 섞여 버려서 경계를 인식할 수 없었다고 말이다. 칸트는 우리가 세계 그 자체, 즉 물자체(物自體)를 인식할 수 없다고 했는데, 어쩌면 테일러 박사는 개인적 불행 덕분에 그 세계를 경험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그가 경험한 것이 무엇이든, 세계가 우리 눈에 보이는 대로 존재하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세계가 지금과 같은 모습인 것은 우리의 감각 체계가 가시광선이 비추어 주는 느리고 딱딱한 세계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치 무수한 전파가 공간을 가로지르고 있지만, 특정 주파수의 전파만이 내 핸드폰을 울리듯이 말이다.


그런데 만일 세계의 본질이 이러하다면 인간의 초상도 지금과 달라져야 할 것이다. 물질계가 고분자-분자-원자-아원자로 이어지는 점점 더 미세한 크기의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인간 또한 그러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래 왼쪽 그림과 같은 '나'가 존재한다고 믿으며 살아왔지만, 실은 오른쪽 그림처럼 나는 다양한 존재의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어질 인간에 대한 해석은 바로 이러한 그림 위에서 이루어진다.




인간이 육체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 과학계와 달리 영성(靈性)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인간이 일곱 층 이상의 에너지층으로 이루어진 다층적 존재라 여긴다. 즉, 육체 주변에 각기 다른 진동의 빛들이 방사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성계에서 이런 인간관을 갖게 된 것은 육체 주변에 방사되는 빛이 실제로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기 때문이다. 한 때 나사(NASA)에서 연구과학자로 근무하기도 했던 바바라 안 브랜넌(Barbara Ann Brennan)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녀는 미국 위스콘신주에 있는 한 농장에서 자랐는데, 같이 놀만한 친구가 없어서 숲에서 혼자 놀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때 숲속의 나무는 물론이고 작은 생명체까지 모든 생명체가 마치 촛불의 불빛 같은 에너지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반적인 감각 대역을 넘어서는 주파수 대역을 감각할 수 있는 능력을 보통 ‘초감각 지각(ESP, Extrasensory perception)이라 부른다. 그런데 그런 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한결같이 인체 주변에 오라(aura)라 불리는 어떤 빛이 방사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것은 그녀뿐 아니라 워낙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이 보고한 현상이라서, 거의 모든 종교 전통이 이에 대한 용어와 언급을 담고 있다. 고대 인디언들은 이를 ‘프라나(Prana)'라 불렀고, 유대인들의 신비주의 전통인 카발라(Kabbalah)에서는 '아스트랄 라잇(astral light)'이라 불렀으며, 동아시아에서도 기(氣)라 명명한 어떤 생명 에너지가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 믿었다. 또, 기독교에서도 생명과 정신은 곧잘 빛으로 묘사되었다.


그런데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보고 활용할 수 있는 물질계와 달리, 미세한 차원은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감지할 수 있도록 우리 존재의 시스템이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서 유사 이래 이 세계를 탐험하려는 인류의 다양한 노력이 이어져 왔는데, 흔히 사람들은 이를 '수련'이나 '수행'이라 불렀다.


그러니까 과학이 물질 차원에 나타나는 현상들의 수평적 인과를 밝히는 데 주력해 왔다면, 종교와 영성계는 존재의 더 미세한 차원들이 물질 차원에 미치는 수직적 인과에 관심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간 과학과 종교가 인간이라는 공통 주제를 탐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론이 매우 상이했던 것은, 이렇듯이 그 체계들이 다루는 관심 영역 자체가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존재의 구조가 명상의 원리와는 어떻게 연관될까. 이제 조금 더 세밀한 존재의 구조를 들여다 보자.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테일러 박사와 관련한 글 : https://brunch.co.kr/@wisdomforall/44


# 인체의 감각 시스템과 관련한 글 : https://brunch.co.kr/@wisdomforall/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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