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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Dec 03. 2020

사랑에도 표정이 있을까요?

밤에 읽는 책 │『누가 봐도 연애소설』


사랑에도 표정이 있을까요?




겨울이 오기 전, 휴가로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사람도, 아침마다 시끄럽게 울리는 모닝콜도, 업무 메일이 울리는 소리도 없는,

조용한 나만의 공간.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들리는 거라곤 바람 소리,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그리고 책장 넘기는 소리뿐인 곳으로 왔습니다. 텐트를 치고 두툼한 외투를 입고선 모닥불 앞에 앉아 책 한 권을 꺼냅니다.


재치 있는 이야기에 읽으면 즐거워지는 책, 사랑의 표정들을 담은 소설,

이기호 작가님의 <누가 봐도 연애소설>입니다.





<누가 봐도 연애소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옵니다.

어쩜 나와는 별다르지 않은, 일상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죠.


평범한 삶 속에서도 사랑을 찾아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퉁명하게 표현해도 그 속에 사랑이 있던 기억, 답답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깊은 사랑이 숨어 있던 어떤 기억들을 떠올려 봅니다.


소설 속 사람들은 우습게도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을 바라보며 “자꾸만 마음이 아파지는 것을 어쩔 수 없어" 합니다. 다 각자의 삶이 있으면서, 다 각자의 삶에 어려움도 무거움도 있으면서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


도무지 사랑할 여유가 없어 보이는 이들이지만, 각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최선을 다해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사랑에도 표정이 있다면 소설 속 주인공들이 짓는 표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소설을 읽으며, 제가 두고 온 일상을 들여다봅니다. 지치기만 해서 도망치고 싶었던 나의 일상에도 어쩌면, 아주 어쩌면 나만 발견하지 못한 사랑이 숨어있지 않았을까요.






“쟤 진짜 갖고 갔네.”
“뭘?”
민규는 계속 뾰로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 있으면서 남자아이를 집에 들이다니…….

“내가 쓰던 마스크 말이야. 그걸 자꾸 하나만 달라고 해서…….”
“네가 쓰던 마스크?”
“응.”
“그걸 왜?”
“몰라. 자기도 나처럼 아프고 싶다고.”
"이것들이 진짜……. 니들이 무슨 사귀는 사이냐? 니들이 무슨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야? 독감 환자 마스크를 왜?”
“학원 가기 싫어서라는데…… 난 알지. 쟤가 날 좋아하는 거.”

민규는 계속 혼자 쿡쿡거리며 웃는 예은이를 멀거니 바라보다가 느닷없이 아내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언젠가 민규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 <독감> 중에서


매일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을 먹는 편의점 알바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따뜻한 김밥을 가져다주는 김밥 집 청년, 이혼하고 고향에 도망치듯 내려온 첫사랑을 도와주는 시골 노총각,독감에 걸린 여자친구와 같이 아프고 싶어서 마스크를 빌려 간 초등학생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떠오르는,

제 삶에 숨어있던 크고 작은 사랑의 기억들-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어서, 발견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책을 읽으며 도망치듯 떠나온 일상에 다시 돌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잠시 떠나와야 보이는 마음도 있는가 봅니다.



한 주가 끝난 일요일.

작은 책 한 권에 괜한 위로를 받습니다.


삶에 숨어있을 사랑들에 기대가 생기며,

돌아올 일상들이 다정하게도 느껴집니다.


돌아오는 이번 주에는, 제 삶에 숨어있는 어떤 사랑의 표정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어쩌면 제 삶 구석구석에 숨어 있을 어떤 사랑의 이야기들을 말이죠.




원래 사람 밝은 면만 보면서 좋아하면
그게 어디 사랑입니까?
사랑이 생기려면 상처를 봐야죠.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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