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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Mar 19. 2021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 마음만은 주름도 없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밤이 되면 어딘가 울적한 기분이 들어 속 안의 이야기를 꺼내 두었다가, 아침이 되어 낯간지러워 지난 밤의 기록을 지워버릴 때가 많은데요. 이 책은 그런 순간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다만 내 마음을 멈칫하게 만든 건,
밤에 쓴 글에서는 촛불 냄새가 난다는 말이었다.
어둠과 불빛은 예상보다 더 감정을 건드려서
햇살 환한 낮에 다시 읽으면 부끄러워 외면하고 싶어지니까.
지난밤의 글을 번번이 지우다가,
문득 어느 날 그게 무슨 상관일까 싶었다.
밤에 쓴 글은 다음 날 밤에 읽으면 되는 것을. 

_『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p.6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잠옷을 입으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세 편의 소설로 큰 사랑을 받은 이도우 작가님의 첫 산문집이예요.




나뭇잎에 한 장씩 쓴 이야기가누군가의 책갈피에 끼워졌다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도 상관없지 않을까.
이름 모를 굿나잇클럽 회원들에게
무전 같은 일지를 쓴 책방지기처럼,
나 또한 이 책의 글들을
저 너머 어딘가에 있을 독자들에게 전해본다.
편안히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이들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지금은 깊은 밤이고…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

_『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p.9


작가님 특유의 따듯한 시선이 듬뿍 담겨서

읽으면 읽을 수록 '아껴 읽고 싶은 문장'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 산문집을 읽고 있으면, 일상에서 잊고 있던 감정들에게 스스로 이름표를 붙여주게 돼요. '아, 나도 이런 적 있어.'하는 공감과 '그 때 사실 나는 이런 기분이었구나' 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된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며 저는 따듯한 목소리를 가진  '아이유'님과 '안녕하신가영'님의 노래가 떠올랐어요.





마음 _ 아이유


제게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달래주지 않으셔도

다만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세상 모든 게 죽고 새로 태어나

다시 늙어갈 때에도

감히 이 마음만은 주름도 없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https://youtu.be/Ry2Grm4p70o




밤하늘의 별들은 _ 안녕하신가영


밤하늘의 별들은 각자 빛을 내죠

그래서 우리는 아름답다 하죠

그러다 어느 날 두 개의 별이 문득 서로를 비추면

보고 싶은 얼굴 떠오르는걸요

알고 있나요.

저마다 빛을 내고 있다면 반짝은 순간일지라도

우리 곁에 사라지지 않죠


https://www.youtube.com/watch?v=JG4yIeTscQ4


그래서 나는 소설 속의 인물 은섭에게 이 말을 주고 싶었나 보다.

“그 말 그대로야. 항상 너한테는.”

은섭이 사랑하는 해원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많은 이였다. 해원은 겨울밤 뒷산 오두막으로 그를 찾으러 가다가 길을 잃는데, 은섭이 그녀를 찾아서 함께 산을 내려가려 하자 순간 오해한다. 그녀가 오두막에 가는 게 싫어서 그런 거냐고. 그의 공간에 들여놓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은섭은 해원을 감싸며 말한다.
지금 오두막은 춥고, 그게 유일한 이유라고.
그 말에 다른 뜻은 없다고.

은섭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캐릭터여서 고마웠다.
이 대사를 쓰고 싶어 두 사람이 숲의 오두막에서 함께 밤을 보내는 어쩌면 로맨틱할지도 모를 설정을 포기했다. 하룻밤 더 같이 있지 못하더라도 ‘그 말 그대로야’라는 말을 해원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_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p.294-295 중에서



좋아하는 마음이란 '마음'의 가사처럼 '주름도 없이 여기 반짝 살아있'는 듯 합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은섭이 해원에게 했던 '그 말 그대로야. 항상 너한테는.'처럼 말이죠.








작가님은 스스로를 '기억의 호더증후군' 같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 산문집을 읽다 보면 어쩜 이런 이야기를 선명히 기억하고 계실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선명하지만 따듯한 작가님의 문장들 덕분에, 저 또한 지난 제 기억을 더듬어 여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쓸쓸했던 날들과 행복했던 날들. 잊고 지나쳤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기억들에 다시금 이름을 붙여 줍니다.


이런 밤, 저는 일기를 씁니다. 

비록 조금 과장된 감정의 기록이라고 해도, 제 속에 쌓인 솔직한 감정들을 적어 봅니다. 지금은 깊은 밤이고,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요.



쓸쓸함이 문득 찾아왔다면, 어딘가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분께 그리고 문득 변해버린 계절을 만나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따듯하고 다정한 시선의 문장들을 읽다 보면, 오늘 밤도 결국엔 ‘굿나잇’ 인사하고 싶어질지 모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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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도우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6708015&start=s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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