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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갈아타기 1편

직주근접은 깡패다

by 와인

아이가 이제 어린이집을 갈 때가 되었다. 그래서 올해 우리 가족은 회사가 있는 용산으로 이사를 왔다. 1시간이 넘는 거리에서 출퇴근을 하다가 걸어서 10분이 걸리는 곳으로 오니, 직주근접의 가치는 상상이상이었다.


출근 시간이 줄어드니 아내의 출근시간이 빨라졌다. 8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을 했고, 5시 10분이면 집에 돌아와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퇴근길에 체력을 소진하지 않으니 아이에게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었고 가정에 더 웃을 일이 많아졌다. 사회초년생 때 선배가 회사와는 떨어진 곳에 살아야 행복하다고 했는데, 아닌 것 같다. 직장과 가까이 살게 되니 오히려 행복에 가까워졌다.


https://brunch.co.kr/@wise-investor/127


이전 글에서 계산한 직주근접의 경제적 가치는 월 200만 원정도였으나, 직접 겪어보니 그 이상이었다.


용산에서 전세살이를 끝내면 자가를 정리하고 은평뉴타운으로 이사를 갈 계획이었다. 보유한 자금 내에서 가장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했다. 좀 더 넓은 집으로 가서 원하는 인테리어를 꾸미고 뉴타운이 주는 생활편의를 즐기면서 오손도손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통근시간이 다시 늘어나 오히려 성북구에 살 때보다 더 길어지는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우리는 계획을 수정했다. 회사와 가까운 곳에 살겠다. 회사에 충실하기 위해서, 가정에 집중하기 위해서,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선택지는 많지 않다. 모두가 알다시피 용산구는 강남 3구에 비견되는 집값을 자랑하며, 그 와중에 회사는 한강변에 있다. 가진 돈 안에선 해결이 불가능하다. 용산구와 인접한 마포구, 성동구, 동작구로 나가도 5-6억 이상의 대출이 필요하다. 꽤나 큰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가능하다.


기존에 쓴 글의 대부분이 주식에 관련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원래 부동산에 관심이 없고 긍정적으로 보지도 않았다. 따라서 큰 금액의 대출을 내는 것 또한 기존 뷰에서 바라보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이다. 24년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그 돈으로 주식을 사면 더 샀지, 집을 산다고? 그냥 출퇴근하면 되잖아"라고 했을 것이다. 직주근접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24년의 나에게 안타까운 감정을 느낄 뿐이다.


자본은 기존 집 정리 할 경우 약 8억, 주택담보대출 6억(예상), 금융자산매각 3억(퇴직연금, 연금저축은 유지)으로 합 17억 정도의 예산이 있다. 이는 인테리어, 취득세, 중개비 등 부대비용을 포함한 금액이기 때문에 주택 매매에 쓸 수 있는 돈은 대략 16억 정도다.


이제 어디에 집을 살지 찾아보자. 네이버 지도를 펴서 서울 3대 업무지구와 용산구를 그려보니 생각보다 답이 쉽게 나왔다. 회사와 인접한 구는 마포구와 동작구뿐이다. 성동구는 용산구와는 인접해 있으나, 회사와는 꽤 거리가 있다. 회사랑 가까운 동마포에서는 용산정비창이 가로막고 있어서 마을버스 외에는 회사를 가기는 교통편이 열악하다. 동작구만 남았다.


서울 3대 업무지구와 용산업무지구(예정)


동작구는 여의도, 용산, 강남 어느 곳으로 가든 교통이 좋아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지역이다. 다만, 우리 회사와 출퇴근을 20분 내외로 할 수 있는 지역이 많지는 않았다. 노량진동, 본동, 흑석동, 동작동만이 그 정도 시간대가 가능하다. 매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원활한 거래를 위한 500세대 이상, 지하주차장이 연결되어 있는 2000년 이후 준공, 준수한 등교 환경 등 최소 조건을 고려한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신동아리버파크와 이수힐스테이트를 제외하면 예산 내에서는 20평 대만 가능하다. 게다가 대부분 단지에서 최근에 일어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도 예산은 이미 초과한다. 다만 리스트에 둔 이유는 당장 지금 집을 구매할 계획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구매가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아래는 개인적인 전망이고 이에 따른 이익, 손해 모두 투자자의 몫이다.


① 서울 상급지 위주의 단기 과열


서울 주요 입지의 아파트 가격이 최근 3개월 내에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정부의 주요 공약 사항 중 부동산에 대한 규제는 없어 매수 심리를 자극할 만한 정책적 내용(이를테면 토허제나 대출 규제 등)은 없어 보인다. 다만, 비상계엄과 과거 민주당 집권 시 집값 상승 등 정치적 요소로 인해 최근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기간 내 상승으로 인해 단기간 조정이 올 수 있다. 또, 서울 중하급지로 주택 구매 수요가 전파되면 기존 주택의 가격이 오르고 매수하고자 하는 아파트와의 차이가 줄어들게 된다.


② 국내/해외 주식시장에 대한 상승


새 정부는 집권 초기 주요 치적으로 가져갈 부분이 주식시장이 될 것이라고 본다. 코스피 지수 5,000을 5년 안에 실제로 달성할 수도 있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집권 초반에 필요하다. 짧게는 6개월 내 길게는 1년 안에 자본의 흐름이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보유하고 있는 미국주식이 더 오를 경우 좀 더 예산이 많이 확보가 된다.


위 2가지 이유로 예산을 넘는 단지도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다만, 기준금리가 연내 2회 더 인하되면 기준금리는 최소 2.0%가 되고, 이에 따라 가구 대출 여력이 증가하게 되면, 집값이 뛸 가능성도 있다.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 집권 초와는 달리 규제책을 꺼낼 수 있고, 집값이 위로 튀게 되면 더 비싸게 주택을 매수할 수도 있다.


다음 편에서는 청약을 하게 될 경우, 지원하고자 하는 단지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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