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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Feb 25. 2022

그럼에도

댕기머리물떼새




댕기물떼새 수컷을 처음 본 건 2019년 1월 첫 날 순천만에서였다.

새해를 맞이하러 가족여행을 갔던 순천만에서

아름다운 댕기물떼새를 만났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댕기 깃이 있는 새였다.

뻘에서 갯지렁이를 뽑아올리는 모습은

마치 파스타를 먹는  같았.

신기하고 재미난 행동과

깃이 우아해서 귀티나는 모습에

보는 즐거움이 큰 새다.


지난 1월에 동해안으로 1박2일 탐조를 다녀왔다.

차를 타고 계속 해안가를 따라 북쪽으로 거진까지 올라가며

바닷가에 서식하는 새들을 관찰하는 일정이었다.


아름다운 새를 만나는 일은 즐거움이었지만

내겐 참으로 괴로운 것이 해안가마다 넘치도록 많은 쓰레기였다.

쓰레기가 눈에 띄니 새를 제대로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이미.마음엔 온통 쓰레기가 들어차있었으니


저 쓰레기들이 바다로 떠밀려가면

해양생물들이 당장 피해를 볼 텐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금세 비닐봉지가 가득 찼다.

버릴 곳을 찾다가 근처에 파출소가 있어 찾아갔더니 파출소 안에 있는 종량제봉투에 버리라고 했다.

다시 바닷가에 오니 여전히 쓰레기가 넘쳐났다.

일행이 그곳을 뜰 때까지 나는 쓰레기를 주웠다.

다시 파출소에 가져가니 대체 이 쓰레기가 어디서 난 거냐며

이곳은 쓰레기 버리는 곳이 아니라며 불만 가득한 얼굴로 뭐라했다.

다 여기 바닷가에서 주운 거예요.

나가보세요, 얼마나 많은지...

그제야 경찰들도 가만 있는 거라


쓰레기 중에는 그물이 꽤 있었다.

그물은 절대로 맨 손으로 끊을 수가 없다.

라이터를 빌려서 끊어야 했다.

그 그물이 어느 새의 발목을 감는다면.. 하는 상상을 하다 머리를 흔들었다.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그리고 오늘 다리가 잘린 댕기물떼새 사진을 봤다.

잘린 다리 아래로 물방울 맺힌 모습이

댕기물떼새가 흘리는 눈물 같았다...

한쪽다리로 어찌 먹이활동을 제대로 할까

그저 안스러울 따름이다.

도시에서도 가끔 발가락이 잘리거나

발목이 잘린 비둘기를 만날 때가 있다.

비슷한 이유일 텐데 끈이나 낚싯줄에 감겼다가

끊어진 걸 텐데

얼마나 질긴 끈인데...

결국은 끊어내야 살 수 있으니

버둥거리다 저런 모습이 되었겠다 싶은 상상이 이어진다..

얼마나 공포스럽고 얼마나 아팠을까를 생각하니

인간으로서 미안하고 또 미안할 따름이다...


탐조를 다니는 사람들 눈에는 해안가 쓰레기가 눈에 띄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과

쓰레기도 문제지만 새 보러 온 거니까 하는 마음이 먼저였겠지 하는 생각과

쓰레기가 눈에 띄긴 했지만 함께 주울 용기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과. ...


내가 그 짧은 시각에 쓰레기를 줍는다고

얼마나 주울 수 있었을까?

빙산의 일각도 안 될 거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러나 내가 줍는 고만큼의 쓰레기는 적어도 바다로 떠밀려가진 않는다.


어느 해안가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던지는 사람이 있었다.

멀리서봤을 땐 그저 장난으로 하는 돌팔매질인가 여기며 산책을 하던 이가

가까이 갔을 때 한 노인은 해안가로 떠밀려온 불가사리를 열심히 바다로 돌려보내는 중이었다.

그러고보니 해변에는 불가사리가 어마어마하게 쌓여있었다.

폭풍우에 떠밀려왔다가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불가사리

그걸 지켜보던 산책자가 묻는다

이렇게 많은데 당신이 고작 그걸 던진다 한든 크게 달라질 건 없지 않나요?

적어도 내가 돌려보낸 불가사리는 살 수 있겠지요...


우리가 하는 행위는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의도가 선한 일은 언제나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새를 본다는 것은

새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새가 살아갈 환경을 함께 볼 때

비로소 새를 본다 말 할 수 있다...


그토록 아름다워서 보고 싶어하는 새가

이렇게 다리가 잘린 모습으로 나타나면 얼마나 슬픈가?


부디, 부디 천수를 누리며

엄청나게 운좋게 먹이를 잘 찾으며 사는 동안

한 다리로 잘 지내길


2022.2.24에서 25일로 자정 조금 지난 시각


*저녁 약속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 쓱쓱

날마다 그리기로 한 약속은 중요하니까

그건 나와의 약속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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