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어야 예술을 하는것 같아

질문을 활용한 글쓰기-수필(2)

by 슬기로운힘나

누군가 "최근에 스쳐 지나간 풍경 중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남는것이 뭐예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며칠전 퇴근길에 보았던 외국인 바이올리니스트를 꼽고싶다.


반백발의 회색 머리칼을 질끈 묶은, 바이올린 연주에 심취한 서양인 아저씨.


그에게는 다소 먼 타향의 대한민국 종로3가역. 구슬픈 음정의 곡을 연주하는 그를 보며 나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저 분은 돈을 벌기 위해 연주를 하는것인가?"

"돈을 벌기위해서라면 여러가지 더 괜찮은(시급이 높은) 방법이 있을텐데, 왜 하필 바이올린 연주일까?"

"단순히 돈이 아니라, 사실은 자신의 곡을 연주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나니, 시뮬레이션을 한번 돌려봤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단순히 돈이 필요한것이 아니라면 예술가로서 연주하고픈 기회를 얻고 싶었겠구나. 뭐 이런 생각말이다.


그러면서 예술가에게 있어 정말 필요한것은 무엇일까? 라는 방향으로 생각을 틀어보았다. 여러가지가 있을것이다. 일테면 예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 남들과 비교해도 꺾이지 않을 재능, 마음, 뭐 이런것들 말이다.


그런데, 정말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할까? 최근에 봤던 유투브 쇼츠 중에서 고등학생 역으로 나오는 안재홍과 그 아버지의 대화는 예술=돈으로 보고 있는 아버지의 관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버지: 백중아, 넌 꿈이 뭐냐
아들: 싱어송라이터요.
아버지: 멋진 꿈이구나. 아버지는 너의 꿈을 응원한다. 그럼 기계과로 진학해야겠구나. 생각해보렴. 음악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양아치로 살려면 돈을 벌어야지. 취업률이 가장 높은게 기계과다. 아버진 너의 꿈을 응원한다.

(출처: 닭강정 https://youtube.com/shorts/kopfjaWq-UA?si=2r6pF8Wv0_6wQsn-)

고창석의 연기가 맛깔스러워서인지 이 유투브 쇼츠를 보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래, 맞다. 예술을 하려면 꾸준히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돈은 엄밀히 말하면 불이 계속 타오를 수 있게(예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땔감의 역할이다. 일테면 빈센트 반 고흐는 일평생 그의 동생 테오도르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으며 그림을 그렸다. 테오도르는 화랑에서 일하면서 그림재료와 고흐의 생활비를 감당했는데, 고흐는 이런 동생에게 늘 고마워하면서도 자신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던 흔적이 편지 곳곳에 남아있다. 이런 이유로,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미대생 언니가 이런 얘기를 했던게 기억이 난다.


"작품을 그리면 그걸 전시할 기회가 필요해. 그걸 재정적 지원(부모님이든 누구든)을 받는 친구들은 전시회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거고. 계속 전시회를 여는 친구는 작가로서 이름을 얻는거지"


이 말을 곱씹어 보며 나는 반대의 상황도 상상해봤다. 예를 들면 집에는 돈이 엄청 많은데, 마음 속에 그릴 것(노래할것, 글을 쓰고 싶은것, 표현하고 싶은것)이 없는 게으른 예술가말이다.


관련해서, 최근래에 갓 친해진 성가대지휘자님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이 "현장이 어디로 배정될지 몰라서"라는 말을 계속 언급하기에, 무슨 직업이시길래 현장이라는 용어를 쓰시는 지 여쭤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놀라운것이었다.


" 저 토목과 나왔거든요.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지휘를 바로 공부하지는 못하고 일단 돈 벌 수단으로 토목학과를 갔어요. 지금은 건설현장에서 일하구요. 돈을 벌면서 계속 성악레슨을 받았고 나이 40이 되니 더이상 미루면 안되겠다 싶어 음악학과로 편입해서 졸업했어요"


그 분의 말을 들으며 "예술이라는 것은 결국 마음 속에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라는 물음이 메아리치다 결국 내 안에 "예술이란 꺼지지않는 불꽃으로 해내는 것"이라는 정의로 귀결되었다.


왜 그런 얘기 있잖은가. 평생 가난에 시달렸지만 사후에 1,800편이 넘는 시를 남긴 에밀리 디킨슨이나, 평생 무명으로 살다가 자신이 죽고나면 불태우라던 원고 《변신》, 《심판》, 《성》이 친구의 배신(?)으로 인해 출판된 프란츠 카프카 같은 이들 말이다.


외국인 바이올리니스트의 모습을 나에게 한번 겹쳐보았다. 나는 글을 쓸때 내가 재능이 있는지까지는 모르겠다. 그런 생각은 사치인것 같다. 그저, 단 한번이라도 대중에게 서서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었던 그처럼(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나 역시도 재능 그런것은 나중에 생각하고서라도-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다작을 하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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