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서와 업무관련 책만 읽다가 가끔 읽는 소설은
몸을 만든다고(사실 만들지도 않지만) 닭가슴살만 먹다고 어쩌다 한번 마시는 맥주 한 모금의 청량감에 견줄만할 것이다. 그 맥주도 첫 모금은 맛있지만 중간부터 맛이 없는 맥주와 끝까지 시원하며 맛있는 맥주가 있듯이,
소설도 그렇다.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한 책, 특히 소설류는 서문을 읽고 목차를 지나,
본문을 몇 장 넘기면서 두 가지로 나뉜다. 맥주인 줄 알았는데 무알콜 맥주 맛 음료처럼 속았다는 느낌이 드는 책과 기대 이상의 무엇인가 있을 것 같다는 향을 풍기면서 더 빨리 읽으라고 나를 몰아세우며 그리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아껴마시게 만드는 싱글몰트 위스키처럼 덮을때 까지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
김진명 소설이 그랬고, 기욤 뮈소의 작품이 그랬으며 이번에 읽은 조 메노스키의 [킹 세종 더 그레이트]가 그랬다.
인기 미국 드라마 스타트렉의 작가인 저자는 한국 대중문화를 접하고 한글을 배우다가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한글의 매력에 빠져 이 소설을 쓰고 이 소설로 인해 더 많은 세계인들이 한글에 대해 알기 바란다고 했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 실존인물과 픽션과 허구의 인물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그 시대 동아시아 국가들을
오가며 전개된다.
어렸을 때는 세종대왕이 만드신 한글이 창제된 그때부터 쓰인 줄 알다가 나이가 들고 나서 '훈민정음'이 언문으로 몇백 년을 지내다가 일제시대 없어질 뻔했다가 한글이란 이름을 가진 게 100년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게 단순히 우리 글자를 가진다를 넘어서 그 시대 정보의 독점권이 무너질 수도 있는 기득권 다툼이었으며, 정보와 지식이 어떻게 가공되고 유통되는가에 대한 플랫폼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사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서 너무 허황되면 어쩔까 걱정도 했었는데 기우였다. 왜 판타지 소설이라고 했는지가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냥 역사 소설이다.
언어는 살아서 움직이고 변화한다. 지금의 한글이 세종대왕께서 만드셨던 당시의 한글과 다르듯 지금도 국어가 많이 기괴해졌다고 기성세대들은 걱정하지만 이 또한 한글이 살아남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옛것을 지키려 변하지 않고 사멸하는 언어보다 중심은 지키며 변화하면서 살아남는 언어가 더 훌륭한 언어이지 않을까?
저자는 이 소설을 시작으로, TV 시리즈, 영화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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