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임신을 하면 대개 아프고 힘들고 불편하다. 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말하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 나 역시 '임신하면 힘들겠지'라고만 가볍게 생각했는데 고통의 정도는 내가 각오한 그 이상이었다. 고작 입덧 때문에 출근할 수 없는 날이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보일까봐 아등바등했다. -하필 내게 쌍둥이가 생겼다 p.82 -
그런데 그렇게 참고 나면 뭐가 남을까. 후배나 주변의 다른 여성이 임신을 했을 때 "나는 다 참았는데" "나는 잘 견뎠는데"라고 전하진 않을까. 먼 훗날이 되면 고통의 기억이 희미해질 테니 후배들에게 혹은 자신의 딸에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나 하고 있진 않을까. -하필 내게 쌍둥이가 생겼다 p.83-
임신 중 회사에 다니는 건 고역이었다. 뭐 왜 이렇게 아픈거지? 뭐가 이렇게 힘들어;;; 아니 무슨 입덧 때문에 출근을 할 수가 없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사실 나는 좀 황당했다. 임신을 하느냐, 마느냐의 고민은 오로지 육아 때문이었다. 육아가 너무 힘드니까 애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것만이 걱정이었다. 그런데 어이없게 임신을 하자마자 후회하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졌고 커피와 과일, 빵 외에는 먹을 수 있는 게 없었다. 근데 못 먹는 거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입덧 때문에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전철로도, 버스로도, 내 차로도 뭘로도 출근을 하기가 힘들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일이 느슨해지면서 마음이 처참해졌다. 고작 입덧이 이렇게 힘들다고? 와 미쳤네... 왜 아무도 이런 얘기는 해주지 않은거지??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부끄러웠다. 왜냐하면 정말 나만 그랬기 때문에. 아무도 나처럼 엄살을 부리지 않았다. 한 친구는 임신 말기가 다 되어가던 중 역사에 길이 남을 남북정상회담을 취재했다. 나는 그 때 생각했다. 내가 만약 청와대 출입이면 나는 지금 저 취재현장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었다. 황당했다.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와... 나 진짜 이상한 여자네...'
맘스홀릭이나 쌍둥이나라 등 네이버 카페를 뒤졌다. 나처럼 아픈 사람이 또 있을까? 결과는 놀라웠다. 나처럼 아픈 사람이 천지에 널렸다. 모두들 카페에 "저만 이렇게 힘든건가요" 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있었다. 엄살처럼 보일까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다들 고통을 숨기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글을 써야겠다.'
그 때는 그랬다. 뭔가 거창한 일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냥 하소연하기 부끄러우니 나도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해 브런치를 시작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사람들이 공감간다는 댓글을 달거나 메일을 보내줬다. 남편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다들 직장이나 가정에서 무리하면서 살고 있는데, 말하지 않는거겠지"
그렇구나... 왜 말을 안해?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아니, 그래야 사람들이 더 배려해주고 챙겨주지...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다른 사람들이 그걸 알지...
더 많이 세게 투덜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부른 배를 부여잡고 한 달에 한 두번 침대에 누워 글을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