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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안녕. 충분한.

감정일기(10)

by 이음

나의 안녕. 을 말하고자 한다.


비교적 푹 잤고 몸이 무겁게 침대를 파고드는데도. 떨치고 일어났다.

새벽 마이솔 수련은. 당연한 거라. 호흡명상 후 아쉬탕가 프라이머리까지.

새벽잠을 밀어내고 수련하러 간 나를 칭찬해.

이제는 허기를 채울 차례.

커피를 내렸고. 바게트를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음..

바게트가 너무 딱딱하다. 뭔가 잘못 돌린 거 같은데.

딱딱한 빵을 씹다가 기분이 좀 가라앉는다.

상처받았다.


실은 내가 미워하는 자, 외면하고 살던 자가 승진을 했단 소식인데

그게 뭔가 성가신 가시처럼 달그락거린다.

"혐오하는 부류라.."

톡으로 내뱉은 말조차 내 생각의 끈을 잡고 있다.


잊었던 나쁜 감정이, 덕지덕지, 스물스물 다시 올라오는 기분이라.

최대한의 용서를, 내려놓음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런데 이렇게 취약한 감정이라니.


아무것도 아닌, 의미 없는 일.

다시 떼놓고 버리고 산뜻하게 새로 하루를 열어야지.

하면서도.

딱딱해진 바게트에 뭔가 울컥해졌다.


얼마나 어려운 삶인가. 괴로운 삶인가.

작용-반작용, 정반합.. 일테니

모든 것은 바른 길로 가고 있을 테니.

나와 무관한 것엔 일말의 관심조차 가질 필요가 없는데.


---

하루가 좀 지나고.

역시 생각이란 건 지나면(묵히면)

또 그냥저냥 지나가기도 하는 거라.


새로운 자극과. 새로운 감정과. 새로운 에피소드를 찾아서.

이러고 있다.


여전히 춥고 뭉클한 날씨이나.

나는.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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