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순이들의 연대를 만든 이유.
다들 처음에 요 모임에 들어오셨을 때는 다 같은 마음이셨을 거다.
"방장이 빵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 같다. 같이 다니면 맛있는 빵집 좀 가겠다. 앗싸."
아아. 그러나
모임에 들어오자마자 빵장님은
계속해서 빵제를 내시며, 글쓰기를 종용하셨다.
심지어는 과제를 자꾸 늘리시고, 도표까지 만들어서 채찍질을 하기에 이르렀으니..
너무나 부담스러운 마음 금할 수 없지만..
나도 모르게 쪼여가며 글을 쓰게 됩니다.
그 빵장이 접니다.
여러분께 절망을 안겨드려서 죄송하고요..
그런데, 왜 여러분은 "싫어!"를 안 하세요?
솔직히.. 좀 "좋아하시는" 것 같아 보이시는데요?
아우~ 왜 자꾸 빵제를 늘려요~~ 하시면서
올라가는 입꼬리 보이시구요..
다음 빵제는 뭘까? 나는 무슨 글을 쓸까?
생각하시며 눈웃음 살짝 치는 거 다 걸리셨고요..
"헤데이크"를 외치시면서
조용히 나가기를 시전 하지 않으시는 것 다 봤습니다.
아니, 이런 사랑스러우신 작가님들 같으니
싫으면 안 하시면 될 것을
굳이 참여하시는 그 의도가 무엇인가요?
사실, 제가 자꾸 과제드리는 거 좋으시죠?
자꾸 쓰라고 종용하는 거 좋으시죠?
다 압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평상시의 대화에서도 교양이 철철 흘러넘쳐야 할 것 같다. 남들이 안 쓰는 어휘들을 총동원하여, '그 말이 무슨 뜻이에요?'라고 물어보지도 못하면서 호호호호~ 웃으며 아는 척하게 만들어야 한다. 온갖 미사여구와 난해한 사자성어, 그것도 아니라면 다채롭고 섬세한 형용사들로 한 편의 언어적 향연을 펼치거나, 은유와 직유가 어우러지는 찬란한 문장으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글에도 미장센이 있군요" "아아 글만 읽었는데도 황홀해요 온몸의 신경이 전율하여 얼어붙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게끔 해야 한다.
라고 생각하던 사람. 바로 나다.
아무나 쓰는 거 아니고. 문예창작과를 나오거나, 최소한 책을 한 백천만권은 읽었고, 눈만 마주쳐도 여유 있는 미소와 우아한 웃음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그런 사람이 작가지. 그런데 그게 나는 아니고! 그런 사람이 되려면 아마도 지구가 세 번쯤은 재창조되거나, 평행세계에서 작가가 된 나랑 바꿔치기라도 해야 가능할 것이다.
네에. 아니고요 아니에요
나는 죽어서 좀비가 되었다가 다시 인간으로 부활을 해도 그런 인물이 못 된다.
그러니까 그냥 저는 날라리 할게요. 그냥 쓸게요.
온 힘을 다해서 짜내듯이 쓰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럴 능력을 아직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쓰는 삶'에 한 발을 내딛을 것인가.
지치지 않을 원동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이유를 정리했다.
나는 '재미' 있게 쓰고 싶었다.
그러면, 그 '재미'를 어떻게 지속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빵' 이야기만 나오면 기준이 엄격해지고, 더 말하고 싶어 흥분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동조해 주시는 분들도.
이 분 들하고 빵에 관련된 글을 쓰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초브런치3기에 소모임 이야기가 나오면서, '빵모임'이라는 이름이 호명되었다.
그래서 사실, 장난 반으로 오픈채팅을 만들었는데. 역시나 그분들이 들어오셨다.
내심 너무 반가웠다. 이후로 여러분들이 들어오시면서,
'빵'매거진을 만들고 참여하신 작가분들 위주로 이야기 나누면서 '빵'에 대한 주제를 하나씩 늘려갔다. 말로는 손사래를 치시는 듯하시지만, 막상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일정 주제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했다. 즐거운 여정을 지나가면서 글들이 마구 쌓여갔다. 고소한 빵냄새 솔솔 나는 이야기들이 매거진안에 차곡차곡 바구니에 쌓여가는 빵처럼 늘어갔다. 짓궂은 장난도 다 받아주시고, 즐거워해 주시는 유쾌한 작가님들이 계시니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빵'은 가벼운 공통 주제였다.
그래서 오가는 이야기들도 가볍고, 유쾌했다.
의견을 내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그래. 이런 것이 필요했다.
모든 창작물을 만드는 데 있어서, 그 시작이 너무 원대하면 지레 겁을 먹기 마련이다.
이제 시작했는데, 당장에 위대한 작가가 될 수는 없다. 매일매일 피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폭포수 밑에서 반라의 몸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이를 깨물고 피나는 수련을 할 생각을 하니, 아직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내 몸이 벌써부터 축축이 젖어 오들오들 떨리는 듯 두렵다.
즐겁게 페이지를 채워나가고, 같이 밀어주고 끌어줄 동료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뭐든지 혼자서 하기는 어렵지만, 같이 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길이 가시밭 투성이 일지라도 어깨동무를 하고 용기 내서 가 볼 만 해지니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너무나 좋은 사람들로 인해 출발도 전에 벌써부터 도착점이 보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될 정도로 큰 힘을 얻어가는 것 같다.
그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이후,
내가 왜 빵방을 만들었으며 그 방에 이런 사람들이 모였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일 년 후 이 글을 보면서, 역시나 즐거웠던 시간을 보내고 만족감에 웃음 지으며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펜을 들어 고소한 냄새 풀풀 풍기는 빵글을 쓰는 나와 내 동료들을 상상해 본다.
글로 마음을 정리해 보니
또 이렇게 제 마음이 이랬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좋은 인연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