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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로 베이커리

이 지역 소금빵 최강자

by Wishbluee

나는 소금빵을 정말로 좋아한다.

버터와 소금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서 촉촉하고 짭짤한 맛에, 결대로 찢어지면서 부드러운 속살, 그렇지만 겉은 또 바삭바삭한 반전 매력. 그리고 빵 중간즈음 보석처럼 귀엽게 놓아진 하얗고 굵은소금 몇 알. 조화로운 그 맛과 비주얼.


소금빵을 판다고 해서 '와 소금빵이다' , 맛있겠지? 하고 고민없이 구매를 하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모름지기 소금빵이란 '겉바속촉'의 대 원칙을 지켜야 하건만... 대부분 '겉딱속퍼석' 이어서 한입 베어문 순간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맛있는 소금빵을 사려면 꼭 발품을 팔아야 했었다. 아쉽게도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만족스러운 소금빵을 파는 빵집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소금빵 유목민으로 지내다가, 키로 베이커리를 알게 되었다.

터덜터덜 가벼운 마음으로 가보니 어라.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지금 소금빵이 나오는 시간이라네! 별 기대는 없었지만 갓 나온 빵은 못 참지. 나도 모르게 빵냄새에 취해 자연스레 그 줄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손에 갓 구워져 나온 뜨끈한 소금빵이 쥐어졌다. 그 맛은...!?


오~~ 달랐다 달랐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브리오슈 식감(식빵 같은 부드러운 느낌)도 아니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바게트 느낌의 소금빵이었는데도! 너무 맛이 있는 것이었다.


소금빵은 기본 맛 매운맛 두 가지가 있었는데, 기본 맛은 소금빵 특유의 달콤 짭짤함을 너무 잘 살렸고, 겉바삭, 속촉촉의 원칙도 매우 충실하게 지켜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하얀 김이 나오고 그 김에서 풍겨 나오는 갓 구운 진한 버터냄새 가득 배인 빵의 향기!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장면을 상상하면 저절로 코평수가 넓어지는 기분이다. 지금은 맡을수도 없는 그 냄새를 맡으려고 말이다.





나처럼 빵에 진심인 사람이 있을까? 맛없는 빵은 너무 싫고! (그래도 있으면 먹지만) 반대로 맛있는 빵은 너무나 사랑한다. (당연한 거겠지만. 강조에 또 강조!)

어뜨케 빵을 맛없게 만들 수 있어... 너무해 빵을 모독하지 마!

그리고 맛있는 빵을 알게 되면 아는 사람들에게 너무너무 소개해주고 싶다. 생각보다 괜찮은 빵을 만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같이 먹자. 이 맛있는 걸 나만 먹을 순 없지.


제일 먼저 이 빵집에 데려간 사람은 우리 남편과 귀요미 둘째다.

큰 아이는 주말에 늘 바쁘므로, 같이 보낼 시간이 잘 나질 않는다. 반대로 둘째는 늘 심심해하니 주말에 카페 나들이를 다니고는 하는데, 오늘은 바로 여기. 키로 베이커리로 나들이 장소를 정했다.

KakaoTalk_20241211_184351238_01.jpg 소금빵 오리지널 두 개.

키로 베이커리는 꽤 협소한 공간의 빵집이라, 앉을자리가 두세 군데 정도뿐이다.

그중의 한 곳에 자리하고 앉아서, 빵과 함께 커피도 주문해본다. 어라? 커피도 꽤 마실만 하다.

꼬맹씨와 함께 진열대에 가서 빵을 골라본다. 물론 나는 망설임 없이 소금빵을 골랐다. 자신 있게 가져온 소금빵을 한 입 맛보는 아이와 남편의 표정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음~ 말없는 남편의 두 손이 계속 소금빵으로 향하는 걸 보니, 괜찮은가 보다.

빵이라고는 늘 피자빵이 전부인 줄 아는 사람인데, 지금 표정을 보니 어우, 미슐랭3 스타 주러 다니는 미식가 같네. 음~ 음~ 음미하면서 한 입, 한 입. 마음에 드는 거겠지!

우리 꼬맹씨는 감정표현이 확실한 편이라, 한 입 맛보더니 바로 "엄마! 너무 맛있어요! 다음에 여기 또 와요!"

하며 환하게 웃는다. 둘 다 내가 데려온 이 빵집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라, 정말 다행이다.

햅삐햅삐햅삐~

기분이 좋아 당장이라도 춤을 출 것 같다.




격주로 아이들 책을 빌려 가는 동네 동생들과의 도서관 모임에서도, 식사 후 키로 베이커리를 가자고 했다.

KakaoTalk_20241211_184854847.jpg 다른 여러 종류 빵도 당연히 있다. 전부 다 맛이 괜찮다.

역시 커피와 소금빵을 시켜서 먹는다.

"나는 여기는 처음 와 보는데, 맛있네요."

"오, 다른 데랑은 확실히 다른 맛이에요."

네. 고객님. 마치 내가 이 베이커리의 사장이라도 되는 듯, 아니면 홍보실장이라도 되는 마냥,

내가 만든 빵도 아닌데 인정받은 이 기분!

결국 두 친구는 소금빵을 포함해서, 빵을 몇 가지 더 포장해서 집으로 갔다는 사실!

사장님? 저 잘했죠? 사장님은 저를 모르시지만, 제가 이 집 빵을 정말 좋아한답니다.




사랑하는 내 친구가 나를 만나러 우리 동네까지 친히 와주었을 때도, 식사 후 키로베이커리를 데리고 갔다.

KakaoTalk_20241211_184730383.jpg 정자점. 키로베이커리는 백현동, 정자동 두 군데 있다.

여기는 본점과 다른 분점인데, 소금빵 맛은 동일하다. 날씨가 괜찮아서, 야외에 마련된 단 하나의 테이블에 친구와 앉아 커피와 소금빵을 시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었다. 친구에게도 이 맛있는 빵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비둘기들이 구구구구 몰려왔다. 친구가 먹던 빵을 뜯어 주자,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와서는 게걸스럽게 쪼아 먹는 녀석들. 비둘기도 맛있는 것을 아는 것인가!

이번엔 친구에게 내가 소금빵을 몇 개 사서 쥐어줘 집으로 보낸다.

"친구야, 꼬맹이랑 먹으렴. 식으면 덥혀 먹으면 되니까."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집에 가서 이 맛있는 빵을 먹으며, 우리 오늘 정답게 나누던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려줘.



얼마 전 정말 멀리서 나를 만나러 와 준 친구에게도 이 키로베이커리의 소금빵을 포장해서 갔다.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각자 저마다 이런저런 빵을 사 와서 빵 잔치를 벌였다. 쟁쟁한 다른 후보들 사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자랑스러운 카로베이커리의 소금빵. 듬직하고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KakaoTalk_20241211_190934779.jpg 늦어서 매운맛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나는 빵을 너무 좋아하고, 입맛이 까다롭고, 취향이 확실하다. 그래서 내 입맛에 합격한 이 집을 당당하게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함께 먹으러 가자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소개해 준 사람들 대부분은 나만큼 이 집의 소금빵을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근처라도 갈 일이 있으면, 그만 이 빵집을 지나치지 못하고 몇 개씩 포장해 오곤 한다. 가끔은 내게 전화를 해서 나 소금빵 사갈 건데, 언니도 사다 줄까? 물어봐 주기도 한다.


어휴 언니 때문에 살이 엄청 쪘어 어쩔 거야?



원망 어린 투정을 듣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또 맛있는 빵을 먹거나. 괜찮은 집을 찾으면 꼭 알려주고 싶어 진다. 아끼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는 것만큼 큰 행복이 더 있을까?





예쁘고 좋은 것을 보면 내 사람들 생각이 난다.. 내 가족들. 내 사랑하는 친구들, 이웃사촌들... 그들의 알록달록한 얼굴과 인생이 음악처럼 떠오른다. 내가 엄청난 부자였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늘 그들에게 내가 원하는 만큼 베풀지 못해서 괜스레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소개해주고, 그 사람들의 표정을 살핀다. 나만큼 행복해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맛과 향을 기억해 주었으면. 음미하면서 내 생각도 조금 해주었으면. 유난을 떨면서 맛있지? 맛있지? 물어보는 철딱서니 없는 동네 언니일지라도, 그 한입이 너의 오분의 휴식을 책임져 주었으면 좋겠다.


어때, 맛있지? 여기 커피도 잘 내리지?
소금빵 이 집 정말 괜찮아.


좋은 책을 같이 읽으면 좋은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좋은 빵을 같이 먹어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책을 같이 읽으며 공유했던 간접 경험들처럼, 직접 향긋한 빵 냄새를 같이 맡으며 , 따듯한 빵의 온기를 같이 느끼고, 같은 장소에서 기분 좋게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우리를 추억이라는 소중한 경험으로 묶어준다.


내가 소개해준 이 맛있는 짭짤하고 버터향이 진한 속살과, 반대로 바삭바삭한 겉면이 매력적인 소금빵은 또 다른 사람에게 소개되어, 새로운 추억이 되겠지. 언젠가 우연히 그 이야기를 듣는 다면, 이야기 속에서 키로베이커리의 갓 나온 소금빵의 향기가 물씬 배어 나올 것 같다.




맛있는 소금빵이 있는 키로 베이커리는

분당 백현동 카페거리가 본점이고요.

정자동에 분점이 있습니다.

맛은 동일하고요.

장소의 협소함이 달라요.

두 군데다 넓은 곳은 아니에요.

소금빵 말고 다른 빵도 맛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소개해 드릴 테니, 근처에 오신다면

저를 믿고 한번 맛보세요.

이미 이곳 사람들에게는 유명하지만요

저한테는 저만의 베이커리나 다름없습니다.

제 추억을 같이 나눠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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