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 소금빵 최강자
나는 소금빵을 정말로 좋아한다.
버터와 소금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서 촉촉하고 짭짤한 맛에, 결대로 찢어지면서 부드러운 속살, 그렇지만 겉은 또 바삭바삭하다. 그리고 빵 중간즈음 보석처럼 귀엽게 놓아진 하얗고 굵은소금 몇 알. 매력적인 그 맛과 비주얼.
소금빵을 판다고 해서 '와 소금빵이다' 하고 앞뒤 재지 않고 구매를 하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모름지기 소금빵이란 '겉바속촉'의 대 원칙을 지켜야 하건만... 대체적으로 '겉딱속퍼석' 이어서 한입 베어문 순간 실망을 감출 수 없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맛있는 소금빵을 사려면 꼭 발품을 팔아야 했었다. 아쉽게도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만족스러운 소금빵을 파는 베이커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소금빵 유목민으로 지내다가, 키로 베이커리를 알게 되었다.
내가 사는 집 앞 동네는 아니었고, 차를 타고 한 15~20분 정도 나가야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위치가 애매~ 해서 일부러 소금빵 때문에 찾아갈 정도는 아니었던 지라, 유명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일부러 가보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그 빵집이 있는 동네에 식사를 하러 갈 일이 생겼다. 그래. 간 김에 맛이나 보자 싶어서, 식사 후에 터덜터덜 가벼운 마음으로 가보니 어라.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흠~ 요새는 어디서든 줄 서는 게 유행이니까~" 하면서 나도 별 기대 없이 자연스레 그 줄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손에 갓 구워져 나온 뜨끈한 소금빵이 쥐어졌다. 그 맛은...!?
오~~ 달랐다 달랐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브리오슈 식감(식빵 같은 부드러운 느낌)도 아니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바게트 느낌의 소금빵이었는데도! 너무 맛이 있는 것이었다.
소금빵은 기본 맛 매운맛 두 가지가 있었는데, 기본 맛은 소금빵 특유의 달콤 짭짤함을 너무 잘 살렸고, 겉은 바삭, 속은 촉촉의 원칙도 매우 충실하게 지켜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하얀 김이 나오고 그 김에서 풍겨 나오는 갓 구운 진한 버터냄새 가득 배인 빵의 향기!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장면을 상상하면 저절로 코평수가 넓어지는 기분이다. 지금은 나지도 않는 냄새를 맡으려고 말이다.
나처럼 빵에 진심인 사람이 있을까? 맛없는 빵은 너무 싫고! (그래도 있으면 먹지만) 반대로 맛있는 빵은 너무나 사랑한다. (당연한 거겠지만. 강조에 또 강조!)
어뜨케 빵을 맛없게 만들 수 있어... 너무해 빵을 모독하지 마!
그리고 맛있는 빵을 알게 되면 아는 사람들에게 너무너무 소개해주고 싶다. 생각보다 괜찮은 빵을 만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같이 먹자. 이 맛있는 걸 나만 먹을 순 없지.
제일 먼저 이 빵집에 데려간 사람은 우리 남편과 귀요미 둘째다.
큰 아이는 주말에 늘 바쁘므로, 같이 할 시간이 잘 나질 않는다. 반대로 둘째는 늘 심심해하니 주말에 카페 나들이를 다니고는 하는데, 오늘은 바로 여기. 키로 베이커리로 나들이 장소를 정했다.
키로 베이커리는 꽤 협소한 공간의 빵집이라, 앉을자리가 두세 군데 정도뿐이다.
그중의 한 곳에 자리하고 앉아서, 커피도 시켜본다. 여기는 커피도 꽤 마실만 하다.
꼬맹씨와 함께 진열대에 가서 빵을 골라본다. 물론 나는 망설임 없이 소금빵을 골랐다. 자신 있게 가져온 소금빵을 한 입 맛보는 아이와 남편의 표정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음~ 말없는 남편의 두 손이 계속 소금빵으로 향하는 걸 보니, 괜찮은가 보다.
우리 꼬맹씨는 감정표현이 확실한 편이라, 한 입 맛보더니 바로 "엄마! 너무 맛있어요! 다음에 여기 또 와요!"
하며 환하게 웃는다. 둘 다 내가 데려온 이 빵집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라, 정말 다행이다.
햅삐햅삐햅삐~
기분이 좋아 당장이라도 춤을 출 것 같다.
격주로 아이들 책을 빌려 가는 동네 동생들과의 도서관 모임에서도, 식사 후 키로 베이커리를 가자고 했다.
역시 커피와 소금빵을 시켜서 먹는다.
"나는 여기는 처음 와 보는데, 맛있네요."
"오, 다른 데랑은 확실히 다른 맛이에요."
네. 고객님. 마치 내가 이 베이커리의 사장이라도 되는 듯, 아니면 홍보실장이라도 되는 마냥,
내가 만든 빵도 아닌데 인정받은 이 기분!
결국 두 친구는 소금빵을 포함해서, 빵을 몇 가지 더 포장해서 집으로 갔다는 사실!
사장님? 저 잘했죠? 사장님은 저를 모르시지만, 제가 이 집 빵을 정말 좋아한답니다.
사랑하는 내 친구가 나를 만나러 우리 동네까지 친히 와주었을 때도, 식사 후 키로베이커리를 데리고 갔다.
여기는 본점과 다른 분점인데, 소금빵 맛은 동일하다. 날씨가 괜찮아서, 야외에 마련된 단 하나의 테이블에 친구와 앉아 커피와 소금빵을 시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었다. 친구에게도 이 맛있는 빵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비둘기들이 구구구구 몰려왔다. 친구가 먹던 빵을 뜯어 주자,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와서는 게걸스럽게 쪼아 먹는 녀석들. 비둘기도 맛있는 것을 아는 것인가!
이번엔 친구에게 내가 소금빵을 몇 개 사서 쥐어줘 집으로 보낸다.
"친구야, 꼬맹이랑 먹으렴. 식으면 덥혀 먹으면 되니까."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집에 가서 이 맛있는 빵을 먹으며, 우리 오늘 정답게 나누던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려줘.
얼마 전 정말 멀리서 나를 만나러 와 준 친구에게도 이 키로베이커리의 소금빵을 포장해서 갔다.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각자 저마다 이런저런 빵을 사 와서 빵 잔치를 벌였다. 쟁쟁한 다른 후보들 사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자랑스러운 카로베이커리의 소금빵. 듬직하고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빵을 너무 좋아하고, 입맛이 까다롭고, 취향이 확실하다. 그래서 내 입맛에 합격한 이 집을 당당하게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함께 먹으러 가자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소개해 준 사람들 대부분은 나만큼 이 집의 소금빵을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근처라도 갈 일이 있으면, 그만 이 빵집을 지나치지 못하고 몇 개씩 포장해 오곤 한다. 가끔은 내게 전화를 해서 나 소금빵 사갈 건데, 언니도 사다 줄까? 물어봐 주기도 한다.
어휴 언니 때문에 살이 엄청 쪘어 어쩔 거야?
원망 어린 투정을 듣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또 맛있는 빵을 먹거나. 괜찮은 집을 찾으면 꼭 알려주고 싶어 진다. 아끼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는 것만큼 큰 행복이 더 있을까?
예쁘고 좋은 것을 보면 내 사람들 생각이 난다.. 내 가족들. 내 사랑하는 친구들, 이웃사촌들... 그들의 알록달록한 얼굴과 인생이 음악처럼 떠오른다. 내가 엄청난 부자였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늘 그들에게 내가 원하는 만큼 베풀지 못해서 괜스레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소개해주고, 그 사람들의 표정을 살핀다. 나만큼 행복해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맛과 향을 기억해 주었으면. 음미하면서 내 생각도 조금 해주었으면. 유난을 떨면서 맛있지? 맛있지? 물어보는 철딱서니 없는 동네 언니일지라도, 그 한입이 너의 오분의 휴식을 책임져 주었으면 좋겠다.
어때, 맛있지? 여기 커피도 잘 내리지?
소금빵 이 집 정말 괜찮아.
좋은 책을 같이 읽으면 좋은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좋은 빵을 같이 먹어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책을 같이 읽으며 공유했던 간접 경험들처럼, 직접 향긋한 빵 냄새를 같이 맡으며 , 따듯한 빵의 온기를 같이 느끼고, 같은 장소에서 기분 좋게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우리를 추억이라는 소중한 경험으로 묶어준다.
내가 소개해준 이 맛있는 짭짤하고 버터향이 진한 속살과, 반대로 바삭바삭한 겉면이 매력적인 소금빵은 또 다른 사람에게 소개되어, 새로운 추억이 되겠지. 언젠가 우연히 그 이야기를 듣는 다면, 이야기 속에서 키로베이커리의 갓 나온 소금빵의 향기가 물씬 배어 나올 것 같다.
맛있는 소금빵이 있는 키로 베이커리는
분당 백현동 카페거리가 본점이고요.
정자동에 분점이 있습니다.
맛은 동일하고요.
장소의 협소함이 달라요.
두 군데다 넓은 곳은 아니에요.
소금빵 말고 다른 빵도 맛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소개해 드릴 테니, 근처에 오신다면
저를 믿고 한번 맛보세요.
이미 이곳 사람들에게는 유명하지만요
저한테는 저만의 베이커리나 다름없습니다.
제 추억을 같이 나눠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