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나요? 저는 제일 먼저 ‘나’를 떠올렸어요. ‘나’의 존재 없이는 ‘나’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사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그럼, 언제 내가 정말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까요? 신기하게도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 같아요. 우리는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 속에 공간의 어느 지점에 서 있고, 그 속에서 무수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요. 그 관계에 따라 우리는 다양한 이름을 가지기도 하고요. 엄마, 아빠, 아들, 딸, 친구, 동생, 오빠, 남편, 아내, 선생님 등등으로 불리면서요. 서로의 ‘존재’ 속에는 보이지 않는 선인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존재에 관한 그림책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로버트 먼치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라는 책이에요. 책의 첫 장을 열면 어머니는 아기를 품에 안고 가만히 자장가를 불러줍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아이는 점점 자라 집 안을 마구 흐트러뜨리고, 엄마를 미쳐버리게 만들 때도 많지만, 엄마는 여전히 밤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불러줍니다. 말썽쟁이 십대소년시절에도 엄마는 밤마다 변함없는 사랑을 노래합니다. 어느 날 아이는 자라 훗날 어른이 되고, 엄마가 더 이상 노래를 불러줄 수 없는 노인이 되었을 때, 이젠 거꾸로 엄마를 향해 사랑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어느덧 아빠가 되어 자녀를 위해 변함없는 사랑을 전합니다. 그렇게, 사랑은 주변으로 전해지고 계속 끝없이 이어지지요.
이 그림책을 읽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어떠한 행동을 하든지 간에 나를 변함없이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존재가 옆에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며, 그 사랑의 힘으로 우리는 성장한다는 것임을요. 이유를 막론하고 충분히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또 다시 그 사랑을 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요. 더불어 타인을 존재 그대로 인정해주고 사랑해준다는 것임을요.
예전에는, 모나고 튀고 퉁명스러운 아이들을 만나면 꾸짖기 바빴습니다. 그러나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이제는 그 모습이 사랑받고 싶다는 신호로 들립니다. 왜 그동안 깨닫지 못했을까요?
아직도 어려운 숙제이지만, 오늘도 화내고 싶은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호흡을 다시 가다듬습니다. 내가 더 애정을 가지고 살펴봐줘야 하는 존재로요, 그 아이 본연의 모습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걸요. 그래야 이 학생들도 더 많은 사랑을, 애정을, 주변에 나눠줄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임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