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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Jul 01. 2024

요즘 나는

나의 요즘은 더 이상 간병인이 아닌, 마흔에 과부가 된 싱글맘이다. 많이 울었고, 울고 있다. 얼마나 더 울어야 눈물이 멎는지 궁금하다. 눈물이라 다행이지 피를 이렇게 흘렸다면 벌써 죽었을지 모른다. 남편이 이 세상을 떠난 지 3개월이 지났다. 남편은 7년간의 암투병에 마침표를 찍고, 난 간병인 7년 차 졸업을 했다. 신혼에 알게 된 혈액암. 그리고 계획 없이 찾아온 아이. 출산 후 육아와 간병 그리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나만 해도 벅찬 걸 다 하면서 나는 없어지고 간병인과 엄마로 살았다. 아이도 나도 심리 상담을 받는 중인데 아이는 아빠를 떠나보내는 애도를. 나는 남편의 상실에 대한 애도를  도움 받고 있다. 그러는 중에 내가 나를 들여다 봐주는 이 상황이 굉장히 낯설고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심봉사가 눈 뜬 기분이 이랬을까. 내가 나로 살아온 시절이 언제였는지도 모르겠고 지금의 나는 누군지도 모르겠는 상황. 그렇지만 썩 나쁘지 않다고. 이 모습 이대로도 나름 괜찮다고 내가 바라던 평범함에서는 조금(실은 조금 많이) 멀지만 그래도 봐줄만하다고. 위로를 해본다. 비행기에서 위급상황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산소마스크를 성인 먼저 하고 곁에 아이를 씌어주는 모습을 봤다. 그렇지 내가 먼저 살아야 누굴 돕든가 말든가 하지. 아이가 괜찮으면 나는 괜찮다는 어디서 들어본 모성애 가면을 쓰고 가소로운 말을 던진 게 나였다. 그런데 아이의 작은 잘못에 격하게 소리를 치거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이를 누르면 그 순간은 내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움직여 주니 반복되다 보면 이럴 일 이 아닌데 그러고 있는 나를 본다. 못난 년.. 이 세상에 찍어 누를 수 있는 게 없는데 힘 약한 아이는 내가 그럴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니까.. 내가 어쩌다 내 심장 떼어줘도 아깝지 않을 내 아기에게 이러고 있는 건가. 재활용도 안 될 것 같은 내 인생도, 맨홀 귀퉁이 풀처럼 힘겹게 자라고 있는 딸내미도 끌어안고 사랑해 보자. 오늘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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