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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용운 Oct 26. 2022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S에게

2018.6.25 탄자니아 모시 챔챔온천에서

 안녕 S! 넌 내가 만난 여행자 중 가장 알차게 혼자서 여행을 잘하는 사람이야. 열심히 일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떠나지. 그러기 위해선 결단력과 기획력이 중요할 텐데 말이야. 네가 이번에 가게 될 여행지가 궁금해지네. 우리가 남미에서 만났을 때 넌 폭포를 봐도 감흥이 없어서 아르헨티나에 가서도 이과수 폭포를 보지 않았다고 했지. 나도 내 취향에 따라 그런 결정을 내린 적이 있어.



 킬리만자로 산이 있는 탄자니아 모시에서였어. 세렝게티 사파리를 같이 했던 친구들은 다들 여기까지 왔으니 킬리만자로에 올라야 하지 않겠냐고 했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 고도마다 바뀌는 킬리만자로의 자연 기후 환경이 궁금하기도 했고 가격 조건도 나쁘지 않았고 좋은 친구들과 추억을 더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 그러나 난 등산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과감히 포기했어. 대신 챔챔온천이라는 곳에 갔어. 풀숲 속에 민물이 고여있는 곳이었어. 물이 너무나 맑아서 바닥이 다 보였고 햇살까지 따뜻해서 식상한 표현이지만 꼭 천국에 온 기분이었어. 그곳에서 놀던 현지인 아이들이 나를 물속 근원지로 안내해줘서 이곳이 왜 온천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어. 물론 우리나라 온천처럼 따뜻한 물은 전혀 아니야. 물놀이를 다하고 숙소에 가려는데 저 멀리 킬리만자로 산이 선명하게 보였어. 만년설이 덮인 산의 위용에 감탄했어. 산에 올라갈 걸 그랬나 잠시 후회했어.



 S! 물론 이런 선택은 비교적 가벼운 종류의 것이지. 우리 삶에선 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아. 나이가 들수록 결정할 일이 많아지는 것 같아. 그리고 결정을 하고 나서도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 지난 결정을 계속 곱씹게 돼. 선택의 순간, 우리는 무언가를 얻게 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지. 포기하는 것이 어려워서 결정이 어려운 것 같아. 어떤 선택이든 상실은 필연적이기에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으니, 우리는 그 선택에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가에 집중해야겠어. 그 선택이 나 더 나답게 만들어줄 수 있는가 고민해야겠어. '좋은 결정'이 아닌 '나다운 결정'을 하자.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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