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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키승 Mar 09. 2024

공직생활 스승님을 찾아서...

열세 번째 꼰무원들

'공직문화는 답답하다.'

'공무원은 꼰대다.'

'공조직은 답 없다.'

라고 매번 글을 쓰지만 공직생활을 하면서 배운 점도 많습니다. 특히 자기중심적인 저의 성격이 변하는데 사회생활은 큰 기여를 했죠.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내가 공무원이 안 됐다면 지금 나에게 친구가 남아 있긴 할까?'

20대 때의 저는 까칠하고 뾰족한 고슴도치 같았다면, 지금은 (곰 같은) 여우가 되었습니다.  

성격이 깎이고 깎이는 과정에서 많은 눈물과 도움을 주신 분들이 떠오릅니다.

민원인, 후배 공무원들, 상사님들....(참 감사합니다!)


가장 먼저 감사한 분! 바로 민원인입니다. 공무원이 되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처음으로 상대하게 되었어요. 까칠한 사람, 화나있는 사람, 여자라고 무시하는 사람, 어리다고 반말하는 사람 등 별의별 진상 민원인은 다 봤습니다. 신경질을 장착하고 구청에 찾아오는 민원인과 법대로 일처리를 해야 하는 공무원은 당연히 대화가 안 되고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과 공무원이 소통하는 일은 그냥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네요. 민원상대를 하면서 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틀릴 수도 있었고, 그들이 틀릴 수도 있었어요. 모든 일이 제 맘대로 되지도, 제맘같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몇 년이 걸렸지만 받아들이고 나니까 이제는 답 없는 대화에서도 감정이 올라오지 않더라고요. '아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이런 사람도 있는 거구나.. 그렇구나..' 멘탈이 강해진 걸까요. 약해진 걸까요


두 번째로 감사한 분! 바로 후배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유순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거기다 신규 때부터 친절교육을 필수로 받기 때문에 서비스마인드도 갖고 있죠. 그래서인지 직원들끼리는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3년에 한 번씩 부서이동이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저 사람을 만나게 될지 모르니 더욱더 조심하죠. 확실히 사기업과 일할 때와 공무원들과 일할 때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사기업 사람들은 훨씬 여우 같고, 거칠고, 개인적이죠. 사실 저는 그렇게 유순한 편은 아니에요. 하기 싫은 건 안 하겠다고 말하고, 내 거 아니면 네가 하라고 하죠. 그러다가 트러블이 있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저보다 어린 신규직원들이 군말 없이 업무를 받아서 처리하고 항상 상냥하게 일하는 걸 많이 보면서 제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내가 하기 싫다고 안 하는 것도 결국 나에게 손해가 되고 내 감정만 상하게 되는 거였구나! 결과적으로 그들은 더 좋은 자리로 가더라고요. 속으로 질투가 나기는 했지만 좀 더 마음을 넓히게 되었네요.  


세 번째는 우리 과장님들! 과장님들을 통해서 공직사회의 원칙을 배웠습니다. 상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원은 일 잘하는 직원이 아니라 일을 못해도 성격 좋고 말 잘 듣는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일도 잘하면 완전 에이스겠죠. 저는 처음 공무원으로 들어갔을 때 일만 잘하면 된다고 착각했어요. 하지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상사말에 순응하고 토를 달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직원인걸요. 지금은 제가 과장님 앞에서 절대 지키는 4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1. 알아도 아는 척하지 말기 

2. 내 생각 주장하지 말기

3. 과장님 말이 틀렸어도 맞다고 하기

4. 개인적인 가치관 말하지 말기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거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게 진짜더라고요. 4가지 원칙을 지키니까 조직생활이 편해졌습니다. 대신 일에 대한 의지도 떠나보냈죠.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을 통해 상처받고, 사람을 통해 배우고, 사람을 통해 성장하기도 합니다. 세분의 스승님을 모시면서 내 안에 있는'나'를 버리는 연습이 되었던 것 같아요. 모두 제가 둥글게 되는데 필요한 일이었으니까요. 세분 스승님께 감사드려야겠습니다. 근데 더 이상 스승님은 모시지 않기로 했어요. 한 번만 더 모셨다가는 젊은 나이에 혈압 오를 것 같네요. 저의 수명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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